4월 7, 11, 15일 중 택일?… 북한 도발 캘린더

입력 2017-03-28 15:21

북한의 도발 징후가 뚜렷해지고 있다. 신형 고출력 미사일엔진을 시험하는 등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을 완료하겠다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호언장담을 조만간 행동에 옮길 태세다. 도발 결정은 이미 내려졌으며 남은 것은 ‘택일’ 뿐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은 핵·미사일 기술이 일정 수준 이상 올랐다고 판단될 때 전략적 도발을 결심했다. 도발 일자는 주민 결속을 위해 김일성·김정일 생일 등 주요 기념일을 앞두고 정했다. 아울러 미국의 대북정책과 미·중 관계 추세, 남한 정세 등을 함께 지켜보면서 도발 효과를 극대화할 타이밍을 노렸다.

이런 점을 보면 도발 가능성이 가장 높은 시점은 다음 달 초·중순이다. 우선 15일이 김일성 생일 105주년이다. 북한이 중시하는 ‘정주년(0 또는 5로 꺾어지는 해)’이어서 ‘축포’ 성격의 도발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이 시기에 도발이 없더라도 안심할 수는 없다. 열흘 뒤인 25일이 북한군 창건 85주년이다.

아울러 11일에는 최고인민회의 13기 5차 회의가 열린다. 지난해 13기 4차 회의에서 국방위원회 폐지와 국무위원회 신설 등 주요 사항이 결정된 바 있어 그 자체로 큰 의미를 갖지는 않는다. 다만 핵·미사일 관련 주요 간부가 회의에 참석해야 하기 때문에 적어도 이날 도발이 이뤄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외부 변수 중에는 6~7일쯤으로 잠정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이 가장 크다. 회담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대중(對中) 정책이 윤곽을 드러내고 그 흐름 속에서 대북정책도 가닥이 잡힐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미·중 회담 결과가 자신들에 유리하지 않다고 판단되면 전략적 도발로 ‘판 흔들기’에 나설 수 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28일 “미·중 정상회담과 최고인민회의, 김일성 생일을 고려하면 8~10일과 12~14일 정도에 도발 가능성이 있다. 가장 유력한 날짜는 8~9일쯤으로 본다”면서 “북한은 내부적으로 도발을 감행하기로 결정해놓고 택일만 남겨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도발 종류는 핵실험보다는 ICBM일 것이라는 관측이 더 우세하다. 핵실험은 지난해 수소탄 시험(4차)과 핵탄두 폭발시험(5차)까지 마쳤다고 공언한 바 있어 기술상에서는 다시 실시할 명분이 많지 않다. 이에 반해 ICBM은 김 위원장 스스로가 신년사에서 ‘마감 단계’라고 밝히는 등 발사 의지를 대내·외에 여러 차례 드러내놓은 상태다.

미국 CNN은 북한이 지난 24일 신형 탄도미사일 엔진 시험을 실시했다고 보도했다. 서해발사장에서 고출력 엔진 지상분출 시험에 성공한 지 6일만이다. CNN은 미 국방부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북한이 최근 몇 주 사이 미사일 엔진 시험을 모두 세 차례 했다고 전했다. 미 국방부는 신형 미사일 엔진이 결국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사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신형 고출력 엔진이 ICBM에 적용될 때 추가로 조정 작업이 필요한지는 명확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북한이 앞으로 30일 이내에 미사일 발사 또는 핵 실험을 할 가능성이 50%에 달한다고 예상했다. 14일 이내에 미사일을 발사하거나 핵 실험을 할 가능성은 22%로 추산됐다.

미 국무부는 북한이 ‘선제적 특수작전’에 나서겠다고 위협한 데 대해 논평을 내고 “어떤 공격과 도발도 막아낼 것”이라고 밝혔다. 애나 리치-앨런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대변인은 논평에서 “북한의 어떤 공격이나 도발로부터 미국과 동맹국들을 방어할 준비가 돼 있다”며 “미국과 동맹국들은 북한의 핵과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이 야기하는 중대하고 점증하는 위협에 대응해 다양한 외교, 안보, 경제적 조치를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리치-앨런 대변인은 또 북한~중국 간 항공 노선이 정상화되고 있다는 보도와 관련해 중국이 대북 제재 이행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단둥 랑터우 국제공항은 오는 28일부터 단둥~평양 간 왕복 전세기를 운항한다고 지난 21일 발표했다.

한편 로버트 킹 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는 “대북 인권제재를 확대하고 북한을 돕는 중국 기업들을 제재하는 세컨더리 보이콧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킹 전 특사는 미국기업연구소(AEI)가 주최한 북한인권 주제 토론회에서 “대북 제재는 광범위해야 하고 다른 나라들도 참여해야 효과가 있다”며 “중국의 협력이 없으면 제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북한을 돕는 중국 기업들을 제재해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마이클 커비 전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 위원장은 “유엔의 북한인권 보고서가 나온 지 3년이 지났지만 북한의 인권 상황은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제출한 대북 제재 결의 이행보고서에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의 한반도 배치를 거듭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중국은 북한산 석탄 수입 금지령을 내린 사실 등을 포함해 중국이 대북제재 결의 이행에 앞장서고 있다고 강조하면서도 “제재는 목표가 아니며 대화와 협상만이 유일하고 올바른 해결책”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중국 해관총서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북한의 석탄 수출은 큰 폭으로 늘었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보도했다. 지난 2월 북한은 중국에 석탄 약 9700만달러(1077억원)어치를 수출했으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교하면 약 43% 증가한 것이다. 이에 따라 올들어 북한의 대중 석탄 수출액은 총 2억2000만달러(약 2444억원)를 기록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지난해 12월 중국으로 초과 수출된 석탄 1억3000만달러(1444억원)어치와 올해 1~2월 수출액을 합하면 유엔이 정한 북한의 석탄수출 상한선인 4억 달러(4444억원)에 근접한 것으로 추정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