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선사(導船士).
생소한 이 직업이 27일 발표된 한국고용정보원의 직업만족도 조사에서 2위에 올랐다. 도선사보다 만족도가 높은 직업은 판사뿐이었다. 지난해 조사된 평균 연봉 순위에서도 도선사는 1억3310만원으로 고위 임원(1억6404만원)에 이어 2위였다. 국회의원(1억2127만원) 안과의사(1억720만원)보다 많았다.
도선사는 국내 연봉 랭킹 1~10위 직업 중 유일하게 양복을 입지 않는다. 어떤 일을 하기에 이처럼 많은 돈을 받고, 높은 만족감을 얻는 것일까.
◇세월호 '마지막 항해' 동행하는 도선사
도선(導船)은 항구에 정박하려는 선박에 탑승해 안전한 수로로 안내하는 일이다. '바다의 등대지기'라고 불린다.
3년 만에 인양된 세월호는 반잠수선 화이트 마린에 실려 있다. 30일쯤 목포신항으로 출발할 계획이다. 세월호가 지나야 하는 105㎞ 항로는 물살이 빠르고 폭이 좁은 해역이 도사리고 있다. 특히 목포신항 입구 달리도 앞바다는 폭이 600m밖에 되지 않는다.
이런 곳을 안전하게 지날 수 있도록 도선사가 화이트 마린에 탑승하게 된다. 섬이 많아 수중에 가득한 암초를 피하고, 시속 6~12㎞나 되는 물살을 헤쳐 가려면 베테랑 도선사의 인도가 필수적이다. 세월호 참사 해역에서 50㎞ 떨어진 가사도 앞 해상에서 이르면 도선사가 화이트 마린에 승선해 나머지 55㎞를 책임진다.
◇도선사가 되려면
도선법 5조는 도선사의 자격 요건을 이렇게 규정하고 있다. 6000t 이상 선박에서 5년 이상 선장으로 활동한 사람, 도선수습생 전형시험에 합격하고 실무수습을 마친 사람, 도선사 시험에 합격한 사람, 해양수산부령의 신체검사에 합격한 사람.
이런 자격 요건을 갖추고 해양수산부 장관이 발급하면 면허를 취득하면 도선사가 될 수 있다. 정년은 65세로 정해져 있지만 최대 3년까지 연장할 수 있다.
정부가 2012년 한국해양수산연수원에서 실시한 '도선수습생 전형시험'에는 109이 응시해 10 대 1이 넘는 경쟁률을 보였다. 당시 부산항 2명, 동해항 2명, 평택·당진항 4명, 울산항 2명 등 총 10명의 도선사가 선발됐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250명 정도가 도선사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해양대 출신이 200명쯤 된다. 대학을 졸업한 뒤 삼급 항해사, 이급 항해사, 일등 항해사, 선장을 거치고 도선사 자격시험을 통과한 이들이다. 도선사 시험을 보기까지 바다에서 최소 20년은 보내야 한다.
◇도선사가 하는 일
대한민국 선박이 아닌 500t 이상의 선박, 국제 항로에 취항하는 500t 이상의 대한민국 선박 등은 우리나라 항구에 접안할 때 해양수산부령에 따라 반드시 도선사를 탑승시켜야 한다. 또 선장은 도선사에게 선박의 제원, 흘수, 기관의 상태 등 필요한 자료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
도선 요청이 들어오면 도선사는 작은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 해당 선박에 승선한다. 보통 대형선박의 갑판에서 내려주는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게 된다. 항구에서 20km 떨어진 해역부터 도선사를 태워야 하는데, 선장의 판단에 따라 더 멀리에서부터 도선을 받기도 한다. 배 한 척을 도선할 때 1~2시간, 길면 3시간가량 걸린다.
인천항에는 20여명의 도선사가 있다. 2개의 근무조로 나눠 일주일마다 교대로 투입된다. 일주일간 일하고 다음 일주일은 쉬는 방식이다. 보통 1명이 하루에 4~5척을 도선한다. 도선료는 배의 크기에 따라 다르다. 배가 클수록 비싼데, 작은 배는 1회 도선에 수십만원, 특수한 배는 수천만씩 하기도 한다.
도선사는 외국 선박을 다루는 경우가 많아 영어에 능통해야 한다. 또 "도선사는 감기에 걸려선 안 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체력이 중요하다. 인공지능이 아무리 발달해도 뱃사람의 수십년 노하우를 활용하는 도선사를 대체하지는 못할 거라고들 한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