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민주당 호남권 순회경선에서 과반을 훌쩍 뛰어넘는 득표율로 압승을 거뒀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호남 경선 ‘대박’과 압승을 거둔 지 하루 만이다. 호남 유권자들은 국민의당 경선에 자발적으로 참여해 안 전 대표에게 표를 몰아줬고, 민주당 경선에서도 문 전 대표에게 ‘대세론’ 유지에 충분한 표를 던졌다.
국민의당 경선 결과는 ‘문재인 대항마’를 두겠다는 표심, 민주당 경선 결과는 ‘문재인 대세론’을 인정하겠다는 표심이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문재인 전 대표 측은 득표율이 50%만 넘겨도 ‘대세론 유지’에 지장이 없다고 봤다. 그러나 유권자들은 60%가 넘는 표를 문재인 전 대표에게 몰아줬다. 이는 역대 선거에서 드러났던 호남 민심의 전략적인 투표 성향과 무관치 않다. 문 전 대표의 대세론을 인정하면서 견제 세력으로 안 전 대표를 ‘사정권’ 안에 두는 이중의 포석이 이뤄진 셈이다.
문 전 대표는 이날 투표소 투표, ARS투표, 순회투표를 합산해 전체 23만6358표 중 60.2%인 14만2343표를 차지했다. 투표소투표에서 총 투표수 1만2524표 중 65.2%인 8167표를 획득했다. ARS투표에서도 총 투표수 22만2439표 중 59.9%인 13만3130표를 얻었다. 순회투표에서는 1395표 중 75%인 1046표를 확보했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총 4만7215표를 얻어 유효투표 기준 20%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4만5846표를 얻어 19.4%를 차지했다. 최성 고양시장은 954표를 얻어 0.4%에 그쳤다.
안 지사는 투표소 투표에서 19.6%인 2451표, ARS투표에서 20%인 4만4515표, 순회투표에서 17.8%인 249표를 얻었다. 이 시장은 각각 1862표(14.9%), 4만3888표(19.7%), 96표(6.9%)를, 최 시장은 44표(0.4), 906표(0.4%), 4표(0.3%)를 확보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압승 결과가 나오자 “욕심 같아서는 수도권에 올라가기 전에 대세를 결정짓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경선 직후 기자들과 만난 그는 “앞으로 충청권역은 안희정 후보의 지지가 강한 곳인데 열심히 해서 극복해보겠다”고 말했다.
이어 “기대 밖으로 아주 큰 승리를 거뒀다. 압도적인 승리를 모아준 광주시민, 전남도민, 전북도민에게 감사하다”면서 “그만큼 정권교체에 대한 호남의 염원이 컸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늘 호남 경선에서 압도적 승리를 힘으로, 압도적인 정권교체를 하고 호남의 기대에 반드시 부응하겠다”고 다짐했다.
‘압승 요인'을 묻는 질문에는 “아무래도 호남은 정권교체 염원이 강하다”며 “제가 도덕성에 흠결이 없고 가장 잘 준비돼 있고 모든 지역에서 지지받을 수 있는 지역통합, 국민통합 후보라는 점을 평가해준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자평했다.
문 전 대표는 이처럼 호남 경선을 통해 대세론의 입지를 확고하게 다졌다. 안 전 대표가 호남에서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것처럼 문 전 대표도 호남에서 호재를 만들어냈다. 한마디로 “둘이 싸워보라”는 뜻일 수 있다. 호남 민심의 의중은 두 후보의 향후 행보에 달려 있는 듯하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