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가 인양돼 진상규명 기대감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지만, 의혹은 끊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새로운 의혹이 하나둘 고개를 드는 모양새다. 탑승기록에 없는 신원 미상의 미수습자가 더 있을 수 있다는 주장이 등장했고, 러더(방향타) 각도가 달라진 것을 둘러싼 논란도 증폭되고 있다.
세월호 특별조사위원이던 김성훈 조사관은 27일 “세월호 미수습자가 기존의 9명 외에 화물칸 등에 더 있을 수 있다”며 “‘9명+알파(α)’일 것”이라고 말했다. 배에 탈 때는 승선신고서에 인적사항을 기재하게 돼 있지만, 화물로 적재되는 차량에 인적사항을 기재하지 않고 탑승하는 사람이 종종 있다는 것이다. 특히 건설현장 등에 투입되는 외국인이 미등록 상태에서 탑승했다면 실종 신고조차 되지 않았을 수 있다.
세월호에는 2143t의 화물이 적재돼 있었다. 승용차와 승합차 124대, 화물차 52대, 특수차 9대 등 차량만 185대였다. 여객선 1등 항해사 A씨는 “뱃삯을 아끼려고 무임승차하는 경우가 간혹 있다”고 했다. A씨는 “세월호도 제주 해군기지 등 건설현장 자재를 싣고 갔기 때문에 외국인 인부들이 미신고로 탑승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세월호의 방향타도 의심의 대상이다. 방향타의 각도는 2014년 검·경 합동수사본부 등 수사 당국이 사고 원인이라 밝힌 세월호의 오른쪽 급변침(급격한 회전)을 뒷받침할 중요한 단서다. 전문가들은 현재 모습대로 방향타가 진행방향의 오른쪽 5도 정도 꺾인 상태라면 급변침은 없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방향타 방향이 사고 때와 아예 달라졌다는 얘기도 나왔다. 세월호가 침몰할 때 찍힌 사진 등을 보면 방향타는 중앙에서 좌현 쪽으로 약간 기울어져 있었다는 것이다. 이를 근거로 일각에선 인양 작업 과정에서 누군가 방향타를 조정했을 것이라는 의구심을 제기한다. 반론도 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해양 전문가는 “방향타는 유압시스템으로 조정해 웬만한 외력이 가해져도 쉽게 움직이지 않는다”면서 “그러나 침몰로 충격을 받아 유압시스템이 고장났다면 조그만 힘에도 바뀔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양 과정에서 좌현 램프(차량 및 화물 진입문)를 절단한 게 ‘증거 은폐’라는 의심도 가시지 않고 있다. 좌현 램프는 그동안 침몰 원인으로 꼽히기도 했다. 좌현 램프는 지난 23일 밤부터 11시간 동안 작업을 통해 잘려나가 현재 바다 속에 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