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시신, 결국 태영호 예측대로… 화장 후 북한 갈 듯

입력 2017-03-27 13:55

말레이시아에서 암살당한 북한 김정남의 시신이 ‘화장 후 북한행’의 수순을 밟게 될 것으로 보인다. 말레이시아 언론은 27일 김정남의 시신이 26일 쿠알라룸푸르 중앙병원 영안실에서 반출돼 어디론가 옮겨졌으며 화장터로 향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영안실에 안치된 지 40일 만이다.

현지 경찰은 26일 오후 1시20분 영안실 안팎에 사복경찰관 여러 명을 배치한 뒤 영구차를 제한구역으로 진입시켰고 이 영구차는 30분 정도 머물렀다. 현지 소식통은 말레이시아 당국이 김정남의 시신을 쿠알라룸푸르 교외 체라스 화장장으로 옮겼으며 화장 후 유골을 북한 특사에게 인도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흐마드 자히드 하미디 말레이시아 부총리도 북한과의 협상 내용을 27일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말레이시아 당국은 중국 등 관련국에 협조를 요청해 진상규명을 하려 했으나 여의치 않았다. 유일하게 체포했던 북한 국적자 리정철은 증거 불충분으로 풀어줘야 했다. 현광성 등은 치외법권 지역인 북한대사관에 은신해 강제수사를 진행할 수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에 억류 중인 자국인 7명을 넘겨받기 위해 ‘화장 후 유골 인도’ 협상을 벌였을 가능성이 있다.

이런 상황은 귀순한 태영호(55) 전 주영 북한공사가 지난 7일 국민일보 인터뷰에서 김정남 시신에 관해 언급한 시나리오와 일치한다. 그는 김정남 암살 사건과 관련한 북한의 제1 목표는 ‘시신 확보’라고 단언했다. 외국 땅에 김정남의 묘가 조성돼 ‘제2의 성혜림’이 되는 걸 막으려 한다는 것이었다.

당시 태 전 공사는 “북한과 말레이시아 사이에 대사 추방까지 이뤄졌다. 북한 외무성 이길성 부상이 지난 토요일 중국에 갔다가 돌아왔다. 왜 갔겠나? 김정남 시신 때문이다. 북한이 지금 가장 노리는 건 시신을 북으로 가져가는 것이다. 시신 향배를 결정하는 열쇠, 누가 쥐었을까? 중국이다”라며 이 시나리오를 설명했다.

“김정은은 김정남의 존재 자체를 껄끄러워했다. 그래서 죽였고, 시신까지 북에 가져다 놓으면 이 시끄러운 고비만 넘기면 된다. 시간이 지나면 누가 그에 대해 떠들겠나. 영원히 김정남의 존재가 없어지는 것이다.

그런데 시신이 가족에게 넘어간다면 결국 어디로 가겠는가. 중국으로 간다. 가족이 있는 마카오나 베이징에 김정남 묘지가 생기고 비석이 세워진다. 앞으로 기회가 있을 때마다 세계 언론에 김정남 묘비가 비춰지게 된다는 뜻이다. 러시아 모스크바의 성혜림 묘비가 그랬다. 김정일 체제의 문제가 거론될 때마다 비운의 생을 살았던 북한인 성혜림의 묘가 언론에 등장했듯, 김정남의 묘가 해외에 생기면 김정은 체제에서 같은 구실을 하게 된다.

그런 상황을 막기 위해 시신을 북에 가져가려는데, 칼자루를 중국이 쥐고 있다. 김정남 가족이 DNA 검사를 위해 말레이시아에 가려 해도 중국이 ‘안전을 못 지켜준다’고 하면 갈 수 없다. 그럼에도 가서 검사를 했다 치자. 중국 당국의 동의가 있어야 시신이 국경을 넘을 수 있다. 결국 중국에 못 가면 말레이시아도 타국인 시신을 계속 갖고 있을 수 없다. 그렇게 장기화되면 시신을 북에 가져갈 수 있다는 게 북한의 노림수다.

이길성은 그래서 중국에 간 것이다. 어떤 경우든 시신을 받지 말도록 요청하려고. 중국에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김정남의 고향은 북한이다. 사람이 죽으면 고향에 묻혀야 한다. 할아버지 아버지도 다 북에 있지 않은가. 응당 북에 묻히는 게 인간의 도리다. 그러니 시신을 우리가 가져가도록 너희는 거절만 해 달라.’ 말레이시아와 외교 단절이나 국제적 고립 같은 것은 지금 북한의 관심 밖에 있다.”

그는 ‘만약 북한이 김정남 시신을 확보한다면 그 시신을 어떻게 할까’란 질문에 “물리적으로 완전히 없앨 것”이라고 답했다. 말레이시아로부터 화장한 유골을 넘겨받을 경우 ‘물리적 소멸’의 목적을 달성하는 셈이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