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본 이야기12]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되면 최순실과 ‘감방 동기’ 된다

입력 2017-03-27 13:42 수정 2017-03-27 16:29
검찰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한 27일 낮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김수남 검찰총장이 점심식사를 위해 구내식당으로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오늘(27일)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당연한 결과입니다. 김수남 검찰총장이 고심 끝에 용단을 내린 것입니다. 특수본은 이날 오전 이 같은 사실을 공식 발표하고 구속영장 청구서를 서울중앙지법에 접수했습니다. 영장 청구는 지난 21일 박 전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에 출두한 지 6일 만입니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영장 청구는 노태우 전두환 전 대통령에 이어 헌정 사상 3번째입니다. 게다가 박 전 대통령은 자신이 임명한 검찰총장에 의해 영장을 청구당하는 최초의 전직 대통령이 됐습니다. 아주 불명예스럽고 치욕스러운 일입니다. 노태우 전두환 전 대통령은 새 정권에서 임명된 검찰총장이 영장을 청구했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 자신이 임명한 임채진 검찰총장이 영장 청구를 검토한 바 있지만 노 전 대통령 서거로 영장 청구가 실제 이뤄지지는 않았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된 27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태극기와 검찰 기가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뉴시스

# “막강한 대통령 권력 남용”=특수본은 뇌물수수 및 직권남용 등 13가지 혐의를 받고 있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기자들에게 발표 자료를 배포했습니다. 그 자료에는 영장을 청구할 수밖에 없는 ‘사안의 중대성’ ‘증거인멸 우려’ ‘공범 종범들과의 형평성’ 등 핵심 이유들이 열거돼 있습니다.

특수본은 첫째, 막강한 대통령의 지위와 권한을 이용해 권력남용적 행태를 보이는 등 사안이 매우 중대한 점을 꼽았습니다. 둘째, 대부분의 범죄혐의를 부인해 증거 인멸 우려가 있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셋째, 공범(최순실)과 종범(관련 공직자들)뿐 아니라 뇌물공여자(이재용)도 구속된 상황에서의 법적 형평성을 지적했습니다. 따라서 영장 청구가 법과 원칙에 부합한다는 결론입니다. 그간 여론이 수없이 지적했던 것과 동일합니다. 헌정 사상 초유의 범죄 행위자에 대한 영장 청구는 법리적 차원을 떠나 상식이었던 셈입니다.

특수본의 발표자료 전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그동안 특별수사본부는 전직 대통령에 대한 기존 검찰 수사 내용과 특검으로부터 인계받은 수사기록을 면밀하게 살펴보고, 지난주 조사 결과 등을 종합해 전직 대통령의 신병 처리에 대해 신중하게 검토했음.
○검토한 결과, 
 -피의자는 막강한 대통령의 지위와 권한을 이용해 기업으로부터 금품을 수수케 하거나 기업경영의 자유를 침해하는 등 권력남용적 행태를 보이고, 중요한 공무상 비밀을 누설하는 등 사안이 매우 중대함.
 -그동안 다수의 증거가 수집됐지만 피의자가 대부분의 범죄혐의에 대해 부인하는 등 향후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상존함.
 -공범인 최순실과 지시를 이행한 관련 공직자들뿐만 아니라 뇌물공여자까지 구속된 점에 비추어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는 것은 형평성에 반함.
○위와 같은 사유와 제반 정황을 종합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것이 법과 원칙에 부합한다고 판단했음”

2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박근혜 전 대통령 자택 앞에 지지자들이 모여 있다. 뉴시스

# 법원 판단은 사필귀정?=이제 공은 법원으로 넘어갔습니다. 박 전 대통령 구속 여부는 법원에 달렸습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이 영장실질심사를 받든, 심사를 포기하든 결과는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큽니다. 검찰이 영장을 청구할 수밖에 없는 ‘역사적 이유’가 법원의 구속 사유로 인정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지배적이기 때문입니다. 아마 법원도 사법정의 실현이라는 ‘역사적 결론’에 도달할 겁니다. 사필귀정이란 말이 왜 나오겠습니까.

영장실질심사는 30일 오전 10시30분 서울중앙지법 321호 법정에서 강부영(43·사법연수원 32기) 영장전담 판사 심리로 열립니다. 실질심사일정에 기재된 죄명은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입니다. 구속 여부는 당일 밤늦게 또는 31일 새벽에 결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구속이 되면 박 전 대통령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서울구치소에 수감될 것입니다. 서울구치소는 과거부터 지금까지 각종 범죄를 저지른 정·관계, 재계 거물급 인사들이 수용되는 곳입니다. 사회적 지위가 있는 ‘범털’들의 집합소죠. 노태우 전 대통령도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바 있습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경우에는 검찰 소환을 거부하며 고향인 경남 합천으로 내려갔다가 사전 구속영장 발부에 따라 검찰에 압송돼 안양교도소에 수감되긴 했었는데 이는 특수한 케이스입니다.

지금 서울구치소에는 ‘비선 실세’ 최순실씨와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 이번 국정농단의 주요 피의자들이 모두 독방에 수감돼 있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거기에 있죠. 영장이 발부되면 박 전 대통령은 최씨와 감방 동기가 되는 셈입니다. 최근 최씨가 박 전 대통령이 구속될 경우 죄책감 때문에 구치소 안에서 마주칠 것을 걱정하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최씨는 자신을 서울구치소에서 접견한 변호인에게 “대통령님이 구속되는 거냐”고 거듭 묻는 등 촉각을 곤두세웠다고 합니다. 평생 한 몸처럼 살아온 두 사람의 인생이 이제는 감방까지 이어지나 봅니다.











박정태 선임기자 jt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