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취한 채 도로에서 소란을 피우던 50대 남성이 현장에 출동한 경찰의 신분증을 빼앗아 입에 넣고 씹다가 공무집행방해로 입건됐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술에 취해 도로에서 달리는 차를 막아서고, 이를 말리던 경찰의 신분증을 가로채 입에 넣고 씹은 혐의(교통방해죄 및 공무집행방해 등)로 김모(55)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23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19일 오후 7시40분쯤 만취한 채로 서대문구의 한 일방통행 골목길에서 달리던 차를 막아서면서 소란을 피웠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김씨에게 신분증을 요구하자 김씨는 자신의 신분증은 내지 않고 도리어 경찰에게 “경찰 신분증을 보여달라”고 했다.
경찰이 신분증을 내밀자 김씨는 “자세히 보여달라”며 다가오더니 순간 신분증을 낚아채 자신의 입에 넣었다. 그는 신분증을 씹으면서 “내가 한 일을 없던 일로 해주면 뱉어 주겠다”며 버텼다. 플라스틱 재질의 경찰 신분증을 씹으면서 김씨의 입안은 피투성이가 됐다. 신분증을 빼앗긴 경찰은 김씨의 입에서 신분증을 꺼내려고 시도했으나 손가락에 상처만 입었다. 119구조대까지 출동했지만 김씨를 당해내지 못했다.
결국 김씨는 오후 11시쯤 부인과 아들이 경찰서에 도착하고 나서야 신분증을 뱉었다. 3시간 넘게 김씨 입속에 있었던 신분증은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찌그러진 상태였다. 술이 깬 뒤 경찰 조사를 받은 김씨는 “친구들과 소주 3병을 마셨다”며 “당시 상황이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