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퀸’ 이보영이 3년 만에 브라운관으로 돌아왔다. 인기리에 종영한 SBS ‘피고인’ 후속으로 방송되는 SBS 새 월화드라마 ‘귓속말’을 통해서다. 남편 지성이 깔아놓은 꽃길을 힘차게 걸어나가게 됐다.
‘귓속말’은 법률회사 태백을 배경으로 적에서 동지로, 그리고 연인으로 발전하는 두 남녀의 이야기다. 인생과 목숨을 건 사랑을 통해 태백이라는 법비(法匪·법을 이용해서 사람을 괴롭히는 도적)를 통쾌하게 응징해나간다.
이보영은 이번 작품에서 종로경찰서 형사과 계장 신영주를 연기한다. 서울 지방법원 판사 이동준 역을 맡은 이상윤과 액션부터 멜로까지 다양한 호흡을 선보일 예정이다. 두 사람은 ‘내 딸 서영이’(KBS2·2012) 이후 5년 만에 재회했다.
24일 서울 양천구 목동 SBS 사옥에서 열린 ‘귓속말’ 제작발표회에서 이보영은 “(이)상윤씨랑 ‘내 딸 서영이’를 함께했을 때 호흡이 너무 좋았다”며 “이번 작품은 내용이나 캐릭터 면에서 전작과 많이 다르기 때문에 색다른 합을 보여드릴 수 있을 거란 기대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상윤에 대해서는 “열려 있는 연기자”라면서 “서로 의견 공유가 잘 된다. 워낙 흡수력이 좋고 (나와) 잘 맞는 파트너여서 좋았다. 5년 전에는 그런 걸 못 느꼈는데 이번에 같이 연기하는 게 너무 재미있다는 걸 느꼈다. 평소에는 그저 동생 같았는데 이번에 보니 너무 멋있어졌더라”고 반겼다.
이상윤은 “저보다 (이)보영 선배님이 먼저 캐스팅된 상태였는데, 저는 그것만으로 무조건 ‘오케이(OK)’였다”면서 “과거 작품을 함께하면서 내가 어리고 어설프고 풋내기 같아 몰라던 게 많았는데 선배님이 늘 조언을 많이 해주셨다. 이번에도 배움을 얻을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 너무 좋았다”고 화답했다.
이보영과의 극 중 멜로 전개에 대해서도 살짝 귀띔했다. 이상윤은 “기존 멜로와는 분명 느낌이 다를 것”이라며 “훨씬 (감정적으로) 진할 뿐더러 순수함을 넘어선 어른들의 끌림에 대한 멜로가 그려질 것 같다. 촬영을 진행 중이라서 아직 그 단계까지 이르진 못했지만 앞으로 멜로가 어떻게 전개될지 기대하면서 찍고 있다”고 했다.
이들과 대립하게 되는 태백의 후계자 강정일 역은 탄탄한 연기력을 갖춘 배우 권율이 맡았다. “박경수 작가님에 대한 팬심과 신뢰로 이 작품을 택했다”는 권율은 “연기자로서 정극에 도전해보고 싶은 생각도 있었다”며 “강정일은 자신의 욕망을 절대 남에게 뺏기지 않으려고 밀고 나가는 인물이라 표현하기 쉽지 않겠지만 끝까지 잘 해내겠다”고 다짐했다.
태백의 글로벌 팀장이자 태백의 아내가 되는 ‘금수저’ 최수연 역의 최수연은 “감독님과 작가님, 선배님들이 모두 너무 좋으셔서 매일매일 촬영장에 갈 때마다 감사를 얻게 된다”며 “기쁜 마음으로 끝날 때까지 열심히 할 테니 기대해주시라”고 전했다.
‘귓속말’은 출산과 육아로 3년여간 공백기를 가진 이보영의 복귀작으로 일찌감치 기대를 모았다. 과거와 다름없는 미모로 돌아온 이보영은 “(출산 이후) 1년 가까이 매일 운동을 하고 PT를 받으며 관리했다”며 “식이도 병행했는데 (살이 빠지는) 속도가 잘 안 붙다가 촬영이 다가오니까 몸매가 돌아오더라”고 털어놨다.
엄마가 된 뒤 배우로서의 마음가짐에는 적잖은 변화가 있었다고 했다. 그는 “(극 중 엄마로 나오는) 김해숙 선배님도 저에게 ‘예전보다 유해졌다. 느낌이 달라졌다’고 얘기해주시더라”며 “요즘 그런 생각을 많이 한다. 우리 아이가 봤을 때 자랑스럽고 좋아할 수 있는 작품을 찍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고 고백했다.
3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한 ‘피고인’의 후광을 기대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러나 두 주연배우는 ‘귓속말’이라는 작품 자체에 대한 만족감과 자신감을 강조했다.
“저희 오빠(지성)가 앞길을 잘 닦아놔서 고마운데…(웃음). 저희 자체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 스스로 진짜 흡족해하며 찍고 있기 때문에 좋은 드라마를 선보일 수 있을 것이란 자신감이 들어요. (지성에게) 들은 조언은 없어요. 서로 일에 대해선 조언하지 않거든요. 솔직히 얼굴 본지도 오래 됐어요(웃음).”(이보영)
“이전에 ‘피고인’이라는 훌륭한 작품이 있었죠. 그런데 저희는 다른 작품이에요. 전작이 잘 됐기 때문에 우리도 잘 될 거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물론 저희가 더 재미없을 수도 있고요. 다만 저희는 저희만의 방식으로 저흐의 얘기를 하고자 합니다. 전작의 영향 없이 저희 작품을 작품 그대로 봐주셨으면 하는 소망이 있습니다.”(이상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