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를 다룬 영화 '세월호'가 제작된다는 소식에 논란이 일고 있다. 제작사 측이 '휴먼 드라마 성격의 재난영화'란 컨셉트를 제시하자 "세월호 참사를 상업영화 장르 공식에 맞추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랐다.
영화 '세월호'는 오일권 감독이 연출을, 배우 이창훈 임성민씨가 주연을 맡기로 했다. 제작사 골든게이트픽처스가 지난해 11월부터 크라우드펀딩 사이트 ‘키다리 펀딩’을 통해 제작비를 마련 중이다. 세월호 4주기인 2018년 4월 개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제작사 측은 영화 ‘세월호’를 “휴먼 드라마, 장편 재난영화"라고 밝히며 "제작 과정을 함께 공유하는 영화 프로젝트”라고 소개했다. 네티즌들은 24일 세월호 참사를 상업영화의 장르 공식인 '재난영화'로 만들겠다는 발상, 기획 의도 등에 의문을 제기했다.
다음은 온라인상에서 영화 ‘세월호’에 제기된 주요 의견.
1. 포스터
제작사가 공개한 영화 포스터에는 세월호가 뱃머리 부분만 남기고 가라앉을 당시 모습이 재연돼 있다. 포스터 속 배경은 어두운 밤인 데다 비가 내리고 번개가 치고 있다. 2014년 4월 16일 당시 세월호가 뱃머리만 남기고 침몰한 시간은 오전 11시18분쯤이었다. 네티즌들은 “날씨가 흐리긴 했으나 비는 내리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포스터 문구에 대해서도 “세월호 참사를 자극적으로 묘사한 문구”란 의견이 나왔다.
2. 홍보영상
제작사 측은 유튜브를 통해 두 차례 영화 홍보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서 "너무 슬퍼 한이 된 눈물이 있습니다. '세월호'의 슬픈 이야기가 사라지지 않고 잊히지 않아야 합니다. 우리의 기억 속에 살아남아 진실과 희망이 이루어져야 합니다"라고 소개하고 있다. 이를 본 네티즌들은 “영화 홍보 영상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완성도가 심각하게 떨어진다”고 평가했다.
3. 기획의도
크라우드펀딩 ‘키다리 아저씨’ 홈페이지에 소개된 기획의도도 논란이다.
홈페이지에는 "세월호 극영화의 목적은 유가족 한풀이나 정치적 이해득실이 아니고 오직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함이다. 다시는 부패하여 사회적으로 안전 불감증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고자 함이며, 자식과 부모의 못 다한 사랑, 선생님들의 희생정신과 진정한 사랑을 그리고 있다. 이 영화를 통해 선생님에 대한 학생들의 부정적 시각을 바로잡아 진정한 스승으로 승화시키고 희망을 전달하고자 한다"고 적혀 있다.
한 네티즌은 "수백, 수천 번을 곱씹어야 할 당시 상황을 이 정도로 가볍게 그려내고자 한다는 사실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른 네티즌은 “비극을 신파 서사와 결합시켜 상업영화를 만들려는 의도가 보인다"고 지적했다. 24일 현재 이 영화 제작 모금운동이 확보한 금액은 258만원. 목표 금액은 1억 원이다
4. 오 감독은 유가족을 만나보았나
제작사 측이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동의를 구했냐는 부분도 문제다.
23일 오 감독은 포커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세월호 유가족은 아직 못 만나 봤지만, 세월호 관련 단체들과는 얘기했다"며 "(세월호 관련) 단체는 저희가 영화를 만든다고 하니까 그렇게 큰 반대는 안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편하게 생각했는데, 이번에 이렇게 되는 걸 보고 당황스러웠다"고 덧붙였다.
그는 "진작에 유가족을 만나 뵀어야 하는데, 이것저것 준비하다 보니까 못 만났다. 만나서 얘기드리고, 이후에 유가족 분들께 협찬할 수 있는 부분도 있으면 해야 할 것 같다"며 앞으로 유가족을 만나볼 것이란 입장도 밝혔다.
오 감독은 영화 '보드피플' '쌍어문의비밀' '거미' '배리칩' 등을 연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5. 제주도 숙박권?
영화 ‘세월호’는 '키다리 아저씨'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제작비를 모금중이다.
펀딩 금액에 따른 혜택도 지적을 받고 있다.펀딩에서 진행되고 있는 20만원 이상 후원에 참여하면 제주도 2박3일 숙박권과 관광코스 무료 입장권을 제공하고 있다.
네티즌들은 “세월호가 제주도로 향하다 사고가 났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제주 숙박권'을 제공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6. 시기적으로 부적절
24일 세월호 인양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미수습자 9명도 아직 남아 있다. 세월호 참사를 영화화하기에는 너무 이르다는 평가와 함께 유가족을 배려하지 않았다는 비판 목소리가 나온다.
네티즌들은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반응을 보였다. 한 네티즌은 ”세월호는 진상 규명이 필요한 현재진행형“이라며 “이런 식으로 만들어질 영화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밖에도 "아직 영화화하기엔 유가족들에게 너무 큰 상처일 것 같다” “누가 세월호를 영화화 하는가. 이제 겨우 물위로 올라오고 있을 뿐” 등의 의견이 나왔다.
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