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인양 두렵다"는 '파란바지 의인' 참담한 근황

입력 2017-03-24 00:48 수정 2017-03-24 02:26
파란바지 의인 김동수씨.

차디찬 맹골수도 깊은 바닷속에서 1073일 만에 올라온 세월호의 모습은 참담했습니다. 여기 저기 구멍이 뚫려 상처투성이였습니다. 2014년 4월16일 가라앉은 아이가 돌아오길 전남 진도 팽목항에서 하염없이 기다린 미수습 유가족들의 마음처럼 말이죠.


세월호는 유가족뿐만 아니라 살아남은 사람들에게도 깊은 상처를 남겼습니다. 생중계되는 인양 장면은 묻어둔 아픈 기억을 되살려냈습니다. 소방호스를 몸에 두르고 수십명의 학생을 구해낸 ‘파란바지 의인’ 김동수씨는 23일 SBS와의 인터뷰에서 세월호가 모습을 드러낸 게 기쁘면서도 두렵다고 했습니다.

화물차 기사인 김씨는 침몰하는 세월호에서 학생들을 구출하면서 입은 부상의 후유증에 고통받고 있습니다. 근막통증증후군(충격을 갑자기 받거나 무리했을 시 오는 병)과 머리 통증으로 약에 의존하고 있고, 정신적인 고통은 이보다 더해 많은 사람이 있는 장소에 오랜 시간 머무를 수 없는 공황장애 및 극심한 불안증세에 시달렸습니다.


김씨는 3년이 흘렀지만 더 많은 학생을 구하지 못했다며 지금도 자책합니다. 밀려드는 죄책감에 2년 전 자해 시도를 하기도 했는데요.  세월호에 두고 온 아이들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고 눈물을 보였습니다.

그는 경제적으로도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생존자에게 주는 긴급 생계비 지원이 끊긴 뒤 큰 빚을 지고 있다고 했습니다. 치료비만 수천만원에 달하는데 후유증으로 생업을 제대로 이어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최근까지도 약 8개월간 병원에서 정신과 진료를 받다 이달 1일에야 제주에 내려와 일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는 인터뷰에서 “5년간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1년 병원비로 나온 게 2000여만원 전부”라며 유가족 못지않게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했습니다. 정부가 생존자들에게도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정지용 기자 jyje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