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그의 그림에는 하나의 화폭에 조르주 드 라 투르, 프란시스코 데 수르바란 같은 거장의 작품과 이를 바라보는 현대인의 모습이 함께 배치돼 있다. 과거와 현재가 대화를 나누는 듯한 여운을 주는 이들 작품에는 시공을 초월한 메시지가 담겨 있다.
“제가 대가들의 작품에 깊은 영감을 받았습니다. 이를 현대적으로 리메이크하고 싶어 강원도의 폐교에서 5년 동안 작품을 그렸죠. 성경을 주제로 한 대가의 작품을 소개하는 동시에 대가의 작품 한쪽, 마치 공간적으로 연결된 듯한 위치에 전혀 다른 현재의 인물을 배치하는 방법으로 재해석하고 싶었습니다. 이는 성경의 모든 메시지가 바로 지금 우리에게 향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입니다.”
작품에는 감상자들에게 ‘깊은 묵상의 시간’을 선사하려는 작가의 의도도 담겨있다. 그는 “성경의 장면을 묘사한 대가들의 작품과 이를 바라보는 현대인의 모습에는 미술사적 의미뿐 아니라 신앙의 전파라는 측면에서도 중요한 메시지가 담겨있다”면서 “바로 지금 나를 향한 주님의 뜻을 생각하는 시간이 됐으면 하는 바람”고 말했다.
물리적 시간인 ‘크로노스’를 넘어 하나님의 때를 가리키는 ‘카이로스’로 이끄는 김 화가의 작품에 대한 평가도 의미심장하다. 안신기 베이직교회 목사는 “그의 그림을 보면 그가 목회자가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면서 “목사들도 수천년 전의 성경말씀을 현대에 적용하는 일을 하는데 이 그림이 과거와 현재를 연결해 깊은 신앙적 감동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구원을 주제로 한 작품은 작가에게도 큰 감동이 된다고 했다.
“몇 해 전 대구에서 이 작품 전시회를 할 때의 일입니다. 아침에 전시회장 문을 열자마자 한 여성분이 오셔서 작품을 보시다가 갑자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러더니 제게 오셔서 ‘너무 고맙다. 큰 감동을 받았다’고 인사하시는데 그 순간 5년 동안 작업하며 고생했던 기억이 다 사라졌습니다. 마치 주님이 오셔서 위로해 주신 것 같은 감사가 넘쳤습니다.”
그가 새롭게 구상 중인 작업은 우리나라의 초기 선교역사에 맞춰져 있다.
“한살이라도 젊을 때 우리나라 선교역사의 장면들을 작품으로 그리고 싶습니다. 토마스 선교사와 귀츨라프 선교사, 서서평 선교사같이 이 땅을 위해 헌신했던 선교사들의 사역을 화폭에 담고 싶습니다. 자료조사부터 해야 하니 몇 년이 걸릴지, 비용이 얼마나 들지 모릅니다. 많은 관심과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하지만 새로운 작업을 위해 준비할 것이 많다.
“우리나라 초기 기독교 역사를 남기는 일은 교회의 역사에 있어 큰 의미가 있는 작업입니다. 하지만 자료조사부터 수년 동안 이어질 작업기간 등에 많은 예산이 소요됩니다. 이 일에 교회의 관심이 필요합니다. 교회가 걸어온 자랑스러운 역사를 기록하는 일에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 주세요.”
김복동 화가는 홍익대 미술대학원 회화과 석사과정을 마쳤으며 2014년 규랑문화재단 우수작가로 선정돼 ‘규랑상’을 수상했다. 풍경화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김 화가는 그동안 ‘백두산 그리고 풍경전’ ‘유럽풍경의 일상’ ‘노인-소외 그리고 풍경’ 등을 주제로 개인전을 열어 왔다. ‘구원’ 전시회는 21일 개막해 다음 달 9일까지 서울 서초구 바우뫼로 횃불 트리니티갤러리에서 진행된다.
장창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