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인양-시신 인양 X. 정부 책임, 부담’… 다시 꺼내본 김영한 비망록

입력 2017-03-23 17:10 수정 2017-03-23 17:13

세월호 선체 인양이 늦어진 근본적인 이유는 결국 박근혜정부의 미온적인 태도 때문이라는 시각이 많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세월호 희생자 수색작업이 장기화되고 선체 인양 논란이 계속 벌어지는 상황을 상당히 불편해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국정운영에 부담이 된다는 이유였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세월호 선체 인양 방침을 곧바로 확정하지 않은 것도 박 전 대통령의 의중이 강하게 담겼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청와대 참모들은 2015년 들어 박 전 대통령에게 ‘세월호 선체 인양 방침 발표’를 건의했다고 한다. 전 청와대 관계자는 “참모들이 박 전 대통령에게 선체 인양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대통령의 메시지가 필요하다고 건의했지만 대통령이 이를 바로 받아들이지는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참모들이 이후에도 수차례 건의한 뒤에야 박 전 대통령은 2015년 4월 6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인양이 기술적으로 가능하다고 결론이 나면 실종자 가족, 전문가 의견 및 여론을 수렴해 선체 인양을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망록에는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재임 시절인 2014년 10월 27일 선체 인양을 놓고 청와대 내부회의에서 논의됐던 내용으로 추정되는 메모가 담겨 있다. 메모에는 ‘세월호 인양-시신 인양 X. 정부 책임, 부담’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김 전 실장을 지칭한 것으로 보이는 ‘長’(장)이라는 글자도 있다. 

김 전 실장이 직접 선체 인양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밝혔거나 여러 의견을 취합해 인양 불가 결정을 내렸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김 전 실장은 그러나 지난해 12월 국회 최순실국정조사특위 청문회에서 “저는 그렇게 이야기한 일이 없다.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없고 그렇게 지시한 적도 없다”고 거듭 부인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