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에서 의사당을 겨냥한 차량 및 흉기 테러가 발생한 것은 22일(현지시간) 오후였다. 5명이 숨지고 40여명이 부상한 비극적 사태, 충격과 슬픔 속에 해가 저물고 밤이 찾아왔다.
이웃나라 프랑스 파리의 명물 에펠탑에는 약 500만개의 전구가 설치돼 있다. 이날 밤 주변을 환하게 밝히고 있던 에펠탑 불빛은 자정에 맞춰 차례로 꺼졌다. 관광명소답게 밤에도 환한 모습을 유지하던 탑 주변에 소등과 함께 어둠이 내려 앉았다.
파리시가 에펠탑 불빛을 끈 것은 테러를 당한 런던의 아픔에 위로와 공감을 표하기 위해서였다. 안 이달고 파리시장은 성명을 통해 "런던과 파리는 자유를 사랑하고 민주주의를 지키는 공통의 가치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파리도 2015년 11월 공연장과 축구장 등 6곳에서 총기 난사와 자살폭탄 공격을 당했다. 이슬람국가(IS)가 자행한 '파리 테러'로 13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일상의 평범한 공간을 겨냥한 테러는 공포를 조장하려는 것이다. 당시 파리 시민들은 "테러에 굴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일부러 노천카페를 찾고 커피를 마시며 일상을 이어갔다.
에펠탑의 불이 꺼졌을 때, 런던의 상징인 의사당 시계탑 '빅밴'은 거꾸로 환하게 불을 밝혔다. 빅밴을 휘감은 붉은 빛에는 희생자를 추모하는 의미와 함께 저열한 테러로 런던의 밤을 위축시킬 수 없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는 다우닝 스트리트 관저 앞에 모습을 드러내고 강도 높은 성명을 발표했다. "영국은 이런 테러에 절대로 굴복하지 않는다. 내일도 의회는 정상적으로 회의를 진행할 것이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