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가 침몰한지 1073일째인 23일 오전 전남 진도 팽목항은 한산했다.
팽목항 등대길에는 열 명 안팎의 취재진들만 올라 서 있었다. 유가족이나 시민은 없었다.
등대길에서 머지않은 가족대기소에는 임요한군의 아버지 임온유(55)씨가 바닥에 앉아 동거차도로 가는 배 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임씨는 전날 오후 11시30분쯤 팽목항에 도착해 대기소 옆 분향소에서 숨진 아들에게 분향한 뒤 피곤한 몸을 뉘였다.
임씨는 “다시 팽목항에 오니 가슴이 아프지만 인양이 잘 되리란 믿음을 갖겠다”고 말했다.
분향소를 찾는 추모객들의 발길도 아직은 뜸했다.
오전 8~9시 사이에 유일하게 분향소를 찾은 정동환(38)씨는 “남원여행을 왔다가 인양한다는 뉴스를 보고 팽목항에 왔다”며 “내 가족이 이런 일을 당한 것 같이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동거차도에 있는 유가족들은 밤새 세월호 인양을 지켜봤다. 정동수군의 아버지 정성욱(47)씨는 “유가족 10여명이 동거차도 꼭대기에서 밤새 인양작업을 지켜봤다”고 했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