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가 침몰 1073일 만인 23일 오전 전남 진도 앞바다에서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내자 희생자 유족과 미수습자 가족들은 복잡한 감정에 휩싸였다. 이렇게 꺼낼 수 있는 배를 3년 가까이 물 속에 놔뒀던 정부에 대한 불만, 꾸준하게 격려와 응원을 보낸 시민들에 대한 감사, 오랫동안 억눌렀던 고통과 설움이 동시에 쏟아졌다.
“대한민국 국민 어러분! 이 4장의 사진이 대한민국입니다. 사진 앞쪽에 잘려진 초대형 천공. 방지막 없는 천공들… 여러분과 제가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입니다. 최고 권력 여러분 좀 도와주세요. 미칠 것 같습니다.”
(희생자 문지성양 아버지 문종택씨, 오전 8시58분 페이스북에 작업 인부들이 올라탄 세월호 사진 4장을 올리면서)
“세월호가 인양 되었습니다. 기뻐해야 될지 슬퍼해야 될지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빨리 인양할 거면서 왜 그리 긴 시간을 기다리게 했습니까? 너무 허무하고 원망스럽기도 합니다. 수면위로 올라온 세월호를 바라보고 있자니 가슴이 무너져 내립니다.”
(희생자 김유민양 아버지 김영오씨, 오전 8시4분 트위터에 TV 화면 속 선체 사진을 올리면서)
“우리 아이들의 눈물인가 봅니다. 비가 내리는걸 보니. 저도 눈물이 나서 참을 수가 없네요. X새끼들 좀 살려주지. 너무나 잔인한 현실입니다."
(희생자 정예진양 어머니 박유신씨, 오전 7시12분 페이스북에 멀리 보이는 잭킹바지선 사진을 올리면서)
“스태빌라이저 등 선체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해수부 대변인실 세월호 인양 현황 관련 공지: 3월 23일 오전 4시47분 기준 현재 세월호는 해저면에서 높이 약 22m 도달. 본체 육안 확인 가능. 추후 공지는 3월23일 오전 7시 발송.”
(희생자 유예은양 아버지 유경근씨, 오전 5시6분 페이스북에 수면으로 형태를 살짝 드러낸 선체 사진을 올리면서)
“봐요. 이게 세월호 배래요. 애들이 거기 있던 배래요. 제발 찾아주세요!”
(미수습자 조은화양 어머니 이금희씨, 오전 5시쯤 침몰 해역에서 1마일 떨어진 해상의 배 안에서 인양작업을 지켜보며)
“오늘 배에서 인양소식을 기다리다 보니 참사가 일어난 2014년 4월16일로 돌아간 기분이 든다. 막상 바다에 나와보니 지금이라도 아이들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미수습자 김동혁군 어머니 김성실씨, 침몰 해역에서 1마일 떨어진 해상의 배 안에서 인양작업을 지켜보며)
“눈물도 말라버린 미수습자 가족들의 희망과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을 위한 증거가 그 서러운 날개로 돌아오고 있다. 세월호가 목포신항까지, 미수습자 가족들의 품안에 무사히 돌아올 때까지 순조로운 날씨, 하늘의 도우심을 온 국민과 함께 기도 드린다.”
(희생자 가족들 오전 10시 발표 성명 중에서)
“"이미 140여개 구멍이 뚫리고, 날개와 닻이 잘려나갔지만 더 이상 훼손 없이 우리 앞에 오기를 희망한다. 해수부는 세월호 잔존물 보존 계획을 가족과 국민 앞에 공개해 달라.”
(희생자 가족들 오전 10시 발표 성명 중에서)
“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시간이 걸려도 너무 오래 걸렸다. 이렇게 쉽게 인양할 것을 왜 3년이나 끌었는지 모르겠다. 사고가 정치적으로 이용된 것 같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희생자 김민지양 아버지 김내근씨, 경기 안산의 세월호 합동분향소 유가족 대기실에서)
“누렇게 녹슬고 부식된 세월호를 보면 참담한 심정이다. TV 화면으로 이 정도면, 실제로 봤을 때는 얼마나 더 처참하겠나. 인양은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목포 신항으로 세월호를 안전하게 옮길 때까지 지켜봐야 한다.”
(희생자 이정인군 아버지 이우근씨, 경기 안산의 세월호 합동분향소 유가족 대기실에서)
“정부가 제공한 배를 타고 진도 앞바다에 나온 지 만 하루째다. 시험인양이 순조로워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끝까지 지켜보자’ 하면서 기다렸는데 본인양까지 이어져 기쁘다. 배가 많이 상해 가슴이 아프기도 하다.”
(미수습자 김동혁군 어머니 김성실씨, 해상에서 연합뉴스와 전화 인터뷰로)
“함께 떠났던 수학여행이 여행으로 끝나고 돌아왔으면 아마도 (저희 아이가) 대학교 생활을 하면서 일상생활을 하고 있었을 겁니다. 배가 올라왔다는 소리를 듣고 환호를 질렀습니다. 아, 우리 아이 찾을 수 있겠구나. 우리 은화 세월호 속에 그만 있어도 되겠구나. 집에 갈 수 있겠구나. 그리고 배가 올라오는 모습에 망연자실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우리 은화가 저기 있었구나. 저기 지저분한 데 있었구나. 우리 은화 불쌍해서 어떡하지. 우리 은화 추워서 어떡하지.”
(미수습자 조은화양 어머니 이금희씨, 침몰해역 선상 기자회견에서)
“2014년 4월 13일 대힌민국의 부모님들이 우리를 위해 기도해주셨습니다. 지금도 변함없을 거라 믿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인양 작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올라온 배에서 9명을 찾는 작업, 왜 그래야 됐는지 찾는 작업이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국민 여러분, 정부 관계자, 현장에서 일하는 많은 분들께 많은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가족을 찾는 것, 가족을 빨리 찾아 돌아가는 게 미수습자 가족의 간절한 소망입니다.”
(미수습자 조은화양 어머니 이금희씨, 침몰해역 선상 기자회견에서)
태원준 김철오 최민우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