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선교사’가 돼 하나님이 좋아하시는 작품을 많이 그리고 싶어요.”
지난 19일부터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제3전시실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는 화가 이호연(35·서울 강남구 소망교회)씨는 또박또박 자신의 신앙을 고백했다.
이씨는 그림으로 예수 복음을 전하는 크리스천이다.
이씨는 어머니가 임신한지 일곱 달 만에 낳은 칠삭둥이다. 몸무게 1.72㎏의 저체중인 상태로 태어났다. 특이한 호흡장애인 ‘초자막질환’(호흡곤란증후군)에 걸린 상태였다. 인큐베이터 생활과 입·퇴원을 반복했다.
결국 후유증으로 어눌한 말투를 갖게 됐다. 친구들의 놀림거리가 되기 일쑤였다.
하지만 그는 변하기 시작했다. 중학교 때 그림을 그리면서부터다. 언어치료를 병행했다. 곁에는 용기를 북돋는 친구들이 함께 했다.
이씨는 22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그림 그릴 때가 가장 행복하다”며 “제 부족한 작품들이 믿지 않는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힘들어하는 이들에게 용기를 북돋워주었으면 좋겠다”고 환히 웃었다.
백석예술대와 협성대 예술대학원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그는 20여 차례 단체전과 개인전을 열었다. 미국 뉴욕 맨해튼에 있는 뉴욕예술학생연맹(The Arts Students League of NYC)의 연구원과 뉴욕 첼시 아고라갤러리 회원 등으로 활동하며 주목받는 화가로 떠올랐다.
이씨의 작품 주제는 늘 하나님이 만드신 자연과 신앙 이야기다. 하늘과 땅, 물과 공기, 바람과 나무, 십자가 등을 밝은 톤의 유화물감으로 돋보이게 한다.
하나님을 믿으며 순수해진 마음이 작품에 울긋불긋한 원색으로 그대로 표현돼 있다. 지난 해 대한민국 기독교미술전과 한국기독미술협회전 청년작가상을 수상했다.
주위에선 그의 작품을 “맑은 새벽 같다”고 평한다. 어두움을 물리친 새벽처럼 신선하고 꾸밈이 없다는 것이다.
그는 교회생활에 열심이다. 매주 주일예배와 청년부 성경공부 모임을 빼놓지 않는다. 하나님께 기도로 작품에 대한 영감을 구한다.
한번 앉으면 3∼4시간 작품에만 몰두한다는 그는 "그림은 무엇인가"라고 묻자, "그림이란 보이는 것을 그리는 것이 아니고, 마음 속에 있는 것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 그동안 포기하지 않고 버틸 수 있었던 것은 하나님의 사랑과 말씀 때문”이라며 “세상적인 성공이 아니라, 하나님이 주신 재능으로 세상을 이롭게 하는 작품 활동에 매진하고 싶다”고 말했다.
28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회의 주제는 ‘생명의 빛’이다. ‘오병이어’ ‘천사의 나팔소리’ ‘응답’ ‘최후의 만찬’ 등 기독교 작품들이 많다.
말은 좀 어눌하지만 그의 목소리엔 힘이 넘쳤다.
“이스라엘 민족의 지도자 모세는 ‘말에 능하지 못한… 입이 뻣뻣하고 혀가 둔한 자'(출 4:10)라고 했습니다. 하나님은 달변의 아론 대신 눌변의 모세를 택합니다. 제게 그림을 잘 그릴 수 있는 귀한 능력을 주셨으니 하나님은 참 공평하신 분입니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