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는 문형표가 장관인지, 안종범이 장관인지….”
“문형표 장관은 안종범 수석과 하루라도 통화 안 하면 입에 가시가 돋나….”
“복지부 장관 마치고 산하기관 이사장 가겠다고 해서 농담인 줄 알았다.”
이태한 전 인구정책실장 등 복지부 고위공무원들이 2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 심리로 열린 문형표 전 장관 4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런 말을 쏟아냈다. 재판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 국민연금공단이 찬성토록 문 전 장관이 압력을 행사했는지 다투는 자리였다. 3차 공판에 이어 복지부 관계자들에 대한 증인신문이 벌어졌고, 증인들은 문 전 장관 재직 시절의 복지부 상황을 자세히 증언했다.
이태한 전 실장은 “지난해 7월 퇴직하면서 문 장관에게 인사하러 갔더니 본인은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직으로 가고 싶다고 하더라”며 “당시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장관을 한 사람이 곧바로 신하기관장으로 가고 싶다기에 처음엔 농담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연금공단 이사장이 복지부 장관보다 훨씬 좋은 자리라는 표현도 하더라. 제가 28년 동안 복지부 공무원을 했는데. 제가 모신 장관이 산하기관장보다 못한 자리 였던가, 그런 자괴감이 들었다”고 했다.
증인신문에 나선 검사가 “복지부 공무원 사이에 ‘문형표 장관은 안종범 청와대 수석과 하루라도 통화를 안 하면 입에 가시가 돋는 거 아니냐’ ‘안종범이 장관인지 문형표가 장관인지 모르겠다’는 말도 돌았다고 하는데”라고 묻자 이 전 실장은 “네. 그런 말이 돌았었다”고 답했다.
또 “‘문형표 장관이 업무를 독자적으로 결정하지 못하고 안종범 수석에게 물어서 결정한다’ ‘문형표 장관이 결정한 것도 안종범 수석이 반대하면 번복된다’는 말도 돌았느냐”는 질문에 “그런 말도 들었다”고 했다.
이 전 실장은 “삼성물산 합병에 찬성토록 문형표 장관이 직접 지시했다”고 증언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