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에 출두한 박 전 대통령이 다시 취재진 앞에 모습을 드러낸 시간은 22일 오전 6시55분이다. 박 전 대통령은 “혐의를 아직도 부인하느냐” “국민들에게 무엇이 송구하냐”는 등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심지어 취재진이 설정해둔 포토라인에 서지도 않고 곧장 대기하던 에쿠스 차량에 탑승해 서울중앙지검 청사를 빠져 나갔다.
박 전 대통령은 21일 오전 9시35분부터 21시간20분 동안 조사를 받았다. 실제 조사는 오후 11시40분에 종료됐으나 신문조서를 열람·확인하는 데 7시간가량 추가로 걸렸다. 점심·저녁 휴식시간으로 주어진 2시간40분을 빼도 조사시간은 18시간40분에 이른다. 2009년 4월30일 약 13시간 동안 조사를 받았던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때보다 길 뿐만 아니라 역대 전직 대통령 소환조사 중에서도 최장이다. 뇌물수수·직권남용·강요·강요미수·공무상기밀누설 등 혐의가 13가지에 이르는 만큼 확인해야 할 사실관계가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한웅재 부장검사가 약 11시간 동안 먼저 조사한 뒤 이원석 부장검사가 이어 박 전 대통령을 조사했다.
검찰에 출두하며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겠다”고 밝혔던 박 전 대통령은 조사에서 거의 모든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등 일부 대기업들로부터 미르·K스포츠재단 지원을 받아내고 특혜를 약속한 수뢰혐의에 대해서는 “출연금은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냈고 개인적으로 이득을 취한 부분도 없다”는 기존 해명을 되풀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의혹과 문화체육관광부 부당인사개입 혐의 등도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영하 변호사는 기자들을 만나 “오늘 검토할 내용이 많아서 시간이 조금 오래 걸렸다”며 “(신문조서 열람은) 상식적인 선에서 통상의 예와 똑같다고 판단하시면 된다”고 말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박 전 대통령 조사내용을 바탕으로 구속영장 청구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