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수수 혐의 등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약 21시간에 걸친 조사를 마치고 22일 서울 삼성동 자택으로 귀가했다. 검찰 수사를 받은 역대 전직 대통령 중 최장시간 조사 기록을 세웠다. 피의자 신문 조서를 읽는데만 7시간15분을 썼다.
박 전 대통령은 조사 절차를 모두 마치고 이날 오전 6시55분쯤 서울중앙지검 정문으로 걸어 나왔다. 박 전 대통령은 전날 오전 9시23분쯤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해 오전 9시35분부터 조사를 받기 시작했다. 총 조사에 21시간20분이 걸린 셈이다.
검찰청사 정문을 나선 박 전 대통령은 대기하고 있던 취재진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국민께 한 말씀 해 달라” “어떤 점이 송구한가” 등의 질문에 침묵했다. 오전 소환될 때는 “국민께 송구스럽다. 성실하게 조사 임하겠다”는 짧은 입장을 밝혔었다.
박 전 대통령은 전날 오후 11시40분쯤 조사를 마쳤고 이후 조서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검찰 조사를 받고 나면 통상 변호인과 함께 신문조서를 검토한다. 본인 진술과 다른 부분이 있으면 수정하고 조서에 서명 날인한다. 변호인은 “조서가 많아 꼼꼼히 검토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박 전 대통령의 검찰 조사 시간은 검찰 조사를 받은 역대 전직 대통령 중 가장 길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비자금 사건으로 1995년 11월 1일 오전 10시부터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에서 조사를 받았다. 청사를 나온 시각이 다음날 오전 2시20분쯤이었다. 조서검토를 포함해 조사에 16시간 20분이 소요됐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박연차 게이트 사건과 관련해 2009년 4월 30일 오후 1시20분쯤 대검 중수부에 출석해 다음날 새벽 2시10분에 귀가했다. 조서검토까지 약 13시간가량 조사를 받았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12·12 내란 사건 수사 당시 검찰 소환을 거부해 검찰에 곧바로 체포됐다.
이날 장시간 조사를 마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변호인단은 취재진에게 “악의적 오보, 감정섞인 기사, 선동적 과장 등이 물러가고 진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는 것을 봤다”며 “진실을 밝히기 위해 애쓰신 검사님들과 검찰 가족에게 경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은 검찰에 출석하면서 변호인 6명을 대동했다. 조사실에는 유영하 정장현 변호사가 들어가 박 전 대통령 옆자리를 번갈아가며 지켰다. 검찰 조사는 오후 8시35분까지 한웅재 부장검사가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강제 모금 의혹을 조사했다. 이후 이원석 부장검사가 최순실씨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삼성의 뇌물 공여 의혹 사건을 수사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