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께 한말씀 하시라” 취재진 외면한 朴, 자택에선 활짝

입력 2017-03-22 07:15
지난 21일 서울중앙지검에 소환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21시간을 넘는 검찰 조사를 마치고 22일 오전 6시55분 귀가했다. 국정농단 사태의 장본인으로 지목된 뒤 “나를 엮은 것”이라며 억울해하던 박 전 대통령은 이날 검찰에서도 적극적으로 자신의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6시55분 조사를 마치고 나와 취재진 질문에 대답하지 않은 채 검정색 에쿠스 차량에 탑승, 서울 삼성동 자택으로 향했다. 박 전 대통령은 검찰에 출석해서는 “국민께 송구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21시간의 조사 끝에는 취재진에 눈길도 주지 않고 포토라인을 지나쳤다.

박 전 대통령은 서울중앙지검 1001호 영상녹화조사실에서 조사를 받았다. 신문을 주도한 이는 ‘특수통’으로 불리는 2명의 부장검사였다. 한웅재 형사8부장이 11시간, 이원석 특수1부장이 3시간쯤 각각 자신의 수사 범위 내에서 박 전 대통령의 혐의 사실을 물었다. 조사 과정에서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을 ‘대통령’으로 호칭했고, 박 전 대통령은 수사검사를 ‘검사님’이라 불렀다. 다만 피의자신문조서에는 박 전 대통령이 ‘피의자’로 기재됐다.

박 전 대통령 측의 부동의에 따라 영상녹화나 녹음은 이뤄지지 않았다. 부장검사의 옆자리에 배석한 평검사가 박 전 대통령의 말을 타이핑했다. 애초 박 전 대통령과 국정농단 사태 주역들 간의 대질신문이 있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컸지만 결국 이뤄지지 않았다. 검찰이 최순실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의 출석을 요구했지만 이들이 모두 불출석사유서를 내고 나오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은 뇌물수수와 직권남용 등 혐의를 추궁하는 검찰을 상대로 “모른다” “범죄 의도가 없었다” 등의 주장을 편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대통령은 검찰 조사 종료 뒤 조서 열람·검토에만 7시간 가까이를 할애했다. 조서 열람까지 21시간을 훌쩍 넘긴 검찰 조사 시간은 전직 대통령 가운데 최장 기록이었다. 박 전 대통령을 변호하는 유영하 변호사는 “조서를 꼼꼼히 보느라 시간이 오래 걸렸다” “조사 내용이 많아서 검토할 내용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박 전 대통령의 차량은 오전 7시6분 삼성동 자택에 도착했다. 자택에 닿은 이후의 표정은 검찰청사를 빠져나올 때와 비교할 수 없이 밝았다. 밤새 거리에서 박 전 대통령을 기다리던 지지자들이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그를 맞이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