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 박근혜에게 고지만 했어야…” 조사과정 영상녹화 논란

입력 2017-03-22 06:09

검찰이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를 받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영상 녹화를 하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박 전 대통령의 조사 과정을 녹화하는 문제로 대립하다 결국 대면조사가 무산된 것과 대조를 이뤄 비판 여론은 더 거세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21일 오전 9시35분 박 전 대통령 조사 착수 직후 “박 전 대통령과 변호인들이 동의하지 않아 영상녹화는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형사소송법 244조 1항에는 ‘피의자의 진술은 영상 녹화할 수 있다. 이 경우 미리 녹화사실을 알려주어야 한다’고만 돼 있어 피의자 조사 영상 녹화는 당사자 동의 없이 이뤄질 수 있다. 그러나 특검은 절차상 필요가 없는데도 박 전 대통령 변호인에 먼저 동의 여부를 물었고 박 전 대통령 측은 동의하지 않았다.

앞서 특검은 영상녹화 문제로 박 전 대통령 측과 대립하다 대면조사를 실패했었다. 박 전 대통령 측은 ‘조사내용 녹음‧녹화 불가’라는 전제조건을 내세웠고, 특검은 사후 공정성, 투명성 시비를 방지하기 위해 조사 시 녹음‧녹화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술을 번복하는 일을 막고 재판에서 조서의 증거 능력 등을 다룰 때 중요한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 측은 참고인 자격으로 조사한다고 한 점을 근거로 녹음과 녹화를 거부했다. 피의자가 아닌 경우 동의를 받아 영상녹화 할 수 있다고 돼 있는 형사소송법을 감안한 주장이다.

그러나 이번 검찰 조사에선 박 전 대통령이 피의자 신분인 만큼 사전 동의 없이 고지만 하고 영상을 녹화‧녹음 할 수 있다. 하지만 검찰은 “절차 상 문제로 실랑이가 생기며 조사가 어렵다. 진술과 답변을 듣는 게 더 중요하다”는 이유로 박 전 대통령 측에 영상 녹화 여부를 물었다.

박 전 대통령 측은 동의하지 않았고, 녹화는 결국 이뤄지지 않았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박 전 대통령 법률 대리인은 “거부가 아닌 부동의 했을 뿐”이라는 해명을 내놨지만 비판 여론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전직 대통령의 예우를 지키는 것도 좋지만 굳이 필요 없는 절차까지 밟는 것은 과잉 예우라는 게 중론이다. 법 앞에서 만인이 평등하다는 것을 검찰이 지키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