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은 헌법재판소 파면 결정이후 자택으로 돌아온 지 9일 만의 외출에서 단 두 문장만 남겼다. 헌재 선고 이후 처음으로 직접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할 것이라는 박 전 대통령 측 변호인의 말은 빗나갔다.
21일 박 전 대통령 새벽 4시 30분쯤 삼성동 자택의 불이 켜졌다. 전속 미용사 정송주 원장은 평소보다 이른 오전 7시 11분쯤 출근했고, 뒤이어 이영선 행정관도 자택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예정된 출석 시간을 17분 앞둔 9시 13분 자택 문이 열렸다. 2분 뒤 박 전 대통령이 자택에서 나와 미소를 머금은 얼굴로 지지자들을 한 번 바라본 뒤 아무 말 없이 준비된 승용차에 올랐다.
박 전 대통령이 탄 차량은 경찰의 통제 속에 테헤란로를 빠른 속도로 달려 8분 만에 서울중앙지검 정문을 통과했다. 그리고 9시 25분 포토라인 앞에 섰다. 운집한 취재진은 박 전 대통령이 밝힐 대국민 메시지에 집중했다.
“국민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겠습니다.”
단 두 문장이었다. 박 전 대통령은 이 단 두 마디만 남기고 중앙지검 조사실로 향했다. 변호인이 예고한 대로 대국민 사과와 함께 결백을 호소하는 메시지를 기대했지만 담백하고 간략했다.
과거 검찰 조사를 받은 4명의 전직 대통령들의 메시지는 어떠했을까.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9년 4월 30일 박연차 게이트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울 서초동 대검찰청까지 청와대 경호실 제공 42인승 리무진 버스를 타고 장거리를 이동했다. 5시간 넘게 달려 오후 1시20분 대검찰청에 포토라인에 섰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국민 여러분께 면목이 없습니다. 실망시켜 드려서 죄송합니다”는 말을 남기고 착잡한 표정으로 조사실로 향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4000억대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 1995년 11월 1일 대검찰청에서 포토라인에서 취재진의 카메라 세례를 받았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정말 미안합니다.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습니다”고 두 문장을 남겼다.
박근혜, 노무현, 노태우 전 대통령 모두 짧은 말을 남겼지만 뉘앙스는 차이를 보였다.
하지만 12·12쿠데타와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관련해 검찰 소환 통보를 받은 전두환 전 대통령은 달랐다.
그는 1995년 12월 서울 연희동 사저 앞에서 짧은 입장을 낸, 이른바 ‘골목 성명’을 통해 “다분히 현 정국의 정치적 필요에 따른 것이라고 보아 저는 검찰의 소환요구 및 여타의 어떠한 조치에도 협조하지 않을 생각입니다"라며 검찰 수사를 거부하고 고향인 경남 합천으로 내려갔다.
검찰은 사전구속영장을 발부받아 전 전 대통령 신병을 합천에서 확보해 곧바로 안양구치소에 수감했다.
정지용 기자 jyje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