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라인’ 능글 임시완x힘뺀 진구, 새롭거나 놀랍거나

입력 2017-03-20 20:27 수정 2017-03-20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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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글맞은 임시완’의 모습을 상상해본 적 있나. 영화 ‘원라인’을 본 당신은 아마 깜짝 놀랄지도. ‘변호인’(2013)의 진우, ‘미생’(tvN·2014)의 장그래는 이제 그만 떠나보내야 할 것 같다. 사기계의 샛별로 거듭난 그는 천진한 얼굴로 보는 이를 홀린다. 든든한 선배 진구가 그의 과감한 도전에 힘을 실었다.

20일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언론시사회를 통해 첫 선을 보인 ‘원라인’은 작업 대출이라는 생소한 소재를 무겁지 않게 풀어냈다. 작업 대출이란 일정 수준 이상의 대출 자격조건을 갖추지 못한 사람들의 직업 신용등급 신분 등을 조작해 은행 대출을 받게 해주는 사기 수법을 말한다.

사기 치고 당하는 이야기는 기존 범죄액션 장르 영화에서 수없이 다뤄졌다. 새롭게 그려내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원라인’은 사람이 아닌 은행을 사기 대상으로 설정함으로써 차별화를 꾀했다. 분명 범죄를 저지르는 사기꾼들인데 “우린 (서민을) 도와주는 일을 한다”는 말을 반복한다. 이 같은 아이러니에서 색다른 재미가 빚어진다.

“현실에 발 붙이고 있는 소재를 택하고 싶었다”는 양경모 감독은 “작업 대출업자들을 직접 취재해보면서 그들이 불법적인 일을 하고 있다는 자각이 없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실상은 서민을 등쳐먹는 건데 ‘도와주는 일’을 하고 있다고 믿고 있었다. 그 이면에 있는 시스템이 본질적인 문제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검사외전’ ‘마스터’ 등 사기범죄 소재의 영화들과 비교되는 데 대해서는 “직접 발로 뛰며 5여간 준비한 작품이다. 흉내낼 순 있어도 오리지널리티는 뺏어갈 수 없다. 그런 점에 있어 자부심이 있다”고 자신했다.


이 작품이 내세울 수 있는 가장 큰 장점은 단연 배우들의 연기다. 지금껏 선보인 적 없는 연기에 도전한 임시완은 물 만난 듯 펄떡였다. 평범한 대학생에서 단숨에 작업 대출계 에이스로 자리매김하는 민 대리 역을 능글맞게 소화해냈다. 시시각각 달라지는 표정과 현란한 언변은 캐릭터를 한껏 살렸다. “대중에 각인된 장그래 이미지에서 시작해 점차 달라지는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다”는 감독의 의도에 십분 부응했다.

임시완은 “연기 변신에 성공한 건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으나 기존에 해왔던 것과 사뭇 다른 캐릭터임에는 틀림이 없다”며 “관객 분들이 영화를 보시고 ‘어? (임시완이) 이런 장르와 캐릭터도 하는 구나’라는 정도만 생각해주셔도 감사할 것 같다”고 얘기했다.

믿고 보는 연기력을 자랑하는 진구는 극을 단단히 지탱해줬다. 대출 베테랑이면서도 최소한의 정의를 지키고 인간미를 잃지 않는 장 과장 캐릭터를 설득력 있게 그려냈다. ‘태양의 후예’(KBS2·2016)의 서상사는 온 데 간 데 없었다.

임시완과의 호흡에 있어서도 진구는 확실한 무게감을 잡아줬다. 벌써부터 ‘완구’커플이라는 애칭을 얻은 두 사람은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훌륭한 앙상블을 만들어냈다.


진구는 “감독님도 저도 (연기에) 힘을 빼고 능구렁이 같은 인물을 표현하길 원했다”며 “동선이나 의상 준비가 잘 돼있었기에 편하게 촬영에 임할 수 있었다. 특히 선후배님들이 (현장 분위기를) 편안하게 해주셨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임시완은 “전 힘 뺀 연기가 어려웠는데, 기라성 같은 진구 선배님을 따라가려면 얼마나 더 많은 연습과 연구가 필요할지 모르겠다”고 화답했다.

두 사람 이외에 다른 배우들도 매력적인 연기를 펼쳤다. 야심 많은 행동파 박 실장 역의 박병은, 허세 가득한 위조전문가 송 차장 역의 이동휘, 개인정보 수집 1인자 홍 대리 역의 김선영 등이 함께했다. 특히 악역으로 열연한 박병은은 “주조연을 가려 연기한 적 없다. 오만가지 생각을 거친 끝에 캐릭터를 풀어냈다”고 설명했다.

임시완이 남긴 팁 하나. 메시지에 주목하면 영화를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을 거라고. “우리 영화는 직설적이고 노골적이다 싶을 만큼 돈에 대해 이야기해요. 인생과 돈은 불가분의 관계가 아닌가 싶어요. 돈이라는 공통적인 관심사를 통해 생각해볼만한 지점이 많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