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연희단거리패(예술감독 이윤택)의 게릴라극장이 결국 문을 닫는다. 게릴라극장은 오는 30일 개막해 내달 16일 폐막하는 ‘황혼’(연출 채윤일)을 끝으로 폐관된다. 기존 동숭동에서 2006년 지금의 혜화동으로 옮긴지 11년 만이다. 한복 연구가에 매각된 게릴라극장은 앞으로 한복디자인 작업실로 쓰일 예정이다. 연희단거리패는 16일 폐관식을 열 계획이다.
게릴라극장은 일반주택을 개조한 80석 규모의 소극장으로 지난 10여 년간 약 160편을 공연했다. 자체 공연뿐만 아니라 여러 기획공연을 통해 다른 극단에도 문호를 열었다. 특히 대관료를 받지 않고 수익을 절반 나누는 파격적인 방식으로 재능있는 젊은 극단들을 발굴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이윤택 예술감독이 ‘블랙리스트’에 오른 탓에 지난 3년간 게릴라극장과 연희단거리패에 대한 공공 지원은 끊겼다. 늘어나는 적자를 감당하기 어려워던 극단은 게릴라극장과 함께 강북구 수유리에 있는 단원들의 서울 숙소를 매물로 내놓았다. 대신 연극 연습은 물론 서울과 극단 본거지인 경남 김해시 도요리를 오가는 단원들의 숙식까지 겸할 수 있는 30스튜디오를 마련했다.
게릴라극장은 당초 지난해 연말을 끝으로 문을 닫을 예정이었으나 지난해 10월 국민일보의 단독보도(10월 17일자)로 알려진 뒤 후배 극단 및 연극인들의 요청으로 1년 더 지속하기로 했다. 마침 게릴라극장 매각이 계약 직전 취소된 것도 폐관을 미루는데 큰 역할을 했다.
김소희 연희단거리패 대표는 “올해 더 극장을 지속하려고 했으나 경영난으로 인해 결국 매각하게 됐다. 약속을 지키지 못해 죄송스럽다”면서 “상반기 게릴라극장에서 공연할 예정이었던 오세혁, 이해성, 박근형 씨의 작품은 스튜디오 30으로 옮겨지게 된다”고 밝혔다.
비록 서울의 게릴라극장은 폐관되지만 연희단거리패는 5월 부산 외곽 지역인 기장군 일광역 인근에 가마골소극장을 개관한다. 가마골소극장은 원래 1986년 극단 창단과 함께 부산에 만들어졌다. 부산시 곳곳을 옮겨다니긴 했지만 ‘시민K’ ‘오구’ ‘바보각시’ 초연되는 등 연희단거리패의 전용극장으로서 부산 연극계의 중심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2013년 1월 극단 사정으로 부산을 떠나 밀양연극촌에 가마골소극장의 간판을 달았다. “초심으로 돌아가겠다”는 이윤택 예술감독의 강력한 의지로 이번에 부산에 다시 문을 열게 됐다. 5월 부산 일광 가마골소극장의 개막작은 1995년 이윤택이 신파극을 현대적으로 수용한 대중극 ‘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다.
김소희 대표는 “서울의 30스튜디오와 부산 가마골소극장을 통해 극단 연희단거리패는 창작정신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