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두 아들의 경영권 승계 갈등에서 드러난 비리 의혹으로 법원에 출석했지만 재판 상황을 인지하지 못하고 일본어로 횡설수설하는 등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 신 총괄회장은 95세다. 법정에서 지팡이를 휘두르며 격하게 돌변하기도 했다.
신 총괄회장은 20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부장판사 김상동) 심리로 열린 롯데그룹 경영비리 1차 공판에 장남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차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실혼 관계인 셋째 부인 서미경씨와 함께 피고인 신분으로 출석했다. 오후 2시 재판을 앞두고 먼저 법정에 도착해 대기한 두 아들과 다르게 그는 시작 20여분 뒤 휠체어를 타고 나타났다.
신 총괄회장은 그러나 이름, 생년월일, 주소와 같은 자신의 기본적인 인적사항은 물론 “재판 중이라는 사실을 인지하느냐”는 판사의 질문에도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다. 대신 답변하는 변호사의 발언 중 끼어들어 일본어로 엉뚱한 말을 늘어놓기도 했다.
-판사: 신격호 피고인. 이쪽을 볼 수 있습니까? 정면을 봐도 됩니다. 이쪽을 보십시오. 예. 신격호 피고인? 형사재판 절차를 시작하겠습니다. 앞으로 불리한 사실은 진술을 거부할 수 있습니다. (중략) 피고인. 생년월일을 아십니까?
-신격호: 뭐라고? $%&#&(일본어).
-판사: 자. 됐습니다. (중략) 지금 재판 중인 건 아세요?
-변호사: 기억이 중간에 반복돼서 그렇지 재판을 받는다는 사실은 알고 계십니다.
-판사: 오늘 절차대로 진행하겠습니다.
-신격호: 난다고래. 난다요. $%&%^#(일본어) 신동빈이 $#@%*#(일본어)
-판사: 잠깐만요. 자꾸 얘기하니까 자리를 바꿔 앉으세요. 오늘 절차 후 신격호 피고인은 재판을 분리하겠습니다. 지금 무슨 혐의로 재판받고 있는지도 모르는 것 같으니….
재판부는 “신 총괄회장이 어떤 상태인지에 따라 공판절차 중지 등의 조치를 할 수 있지만 재판의 의미 자체를 전혀 모르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신 총괄회장은 재판이 끝날 때쯤 발언권을 얻었다. 하지만 일본어를 섞어 횡설수설하는 모습은 그대로였다. “나를 법정에 세운 게 무엇인가”라면서 들고 있던 지팡이를 던지기도 했다.
-신격호: 내가 100% 갖고 있는 회사다. %$#$(일본어) 100% $^&*#(일본어) 어떻게 나를 기소할 수 있는가. 누가 나를 기소할 수 있는가. 그 책임자가 누구인가. 이유가 무엇인가.
-판사: 그건 나중에 설명하시고. 그 정도면….
신 총괄회장은 격해졌다. 일본어로 무언가를 말하면서 손에 쥔 마이크를 던졌다. 지팡이를 휘두르기도 했다. 재판부는 “절차가 끝났다”며 퇴정을 명했다. 신 회장은 출석 30여분 만에 법정에서 나갔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