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개시 초읽기에 들어간 영국이 독일과 새 군사협정을 추진한다. 한쪽은 브렉시트 협상 카드로 쓰기 위한, 다른 한쪽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흔들기’에 대응하기 위한 ‘동상이몽’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9일(현지시간) 마이클 팰런 영국 국방장관을 인용해 양국이 ‘미래 협력을 위한 공동 비전 성명’을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새 군사협정엔 사이버 안보와 군사훈련, 해상경비 관련 내용이 담긴다. 올해 안에 영국 신형 기동헬기인 ‘와일드 캣’이 지중해에 배치된 독일 구축함을 이용해 작전을 수행하게 된다. 독일 국방부도 “브렉시트와 관계없이 영국과 나토는 강력한 파트너이자 동맹으로 남을 것”이라고 밝혔다.
FT는 영국이 유럽 안보에 기여하고 있음을 강조해 브렉시트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려는 속내라고 진단했다. 영국으로선 나토 동맹이 여전히 지속되더라도 테러 이슈 등에서 인근 국가와의 협조가 절실하다. 양국은 동유럽에서 긴장을 형성하는 러시아에 대응하고,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를 축출하는 데도 힘을 모으고 있다.
고립주의를 내세운 트럼프 정부 출범 후 군사적 부담이 커진 독일은 유럽 안보를 위해 영국의 역할이 필요하다. 트럼프는 지난 17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진 뒤 독일을 지목해 “많은 방위비를 빚졌고 이는 미국에 불공정하다”고 날을 세웠다.
이날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독일 국방장관은 “나토엔 채무 계좌가 없다”며 “국내총생산(GDP) 2%를 나토 방위비로 지출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유엔평화유지활동, 테러와의 싸움에도 비용이 든다”고 반박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