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로가 닿은 유일한 곳. 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먼 곳. 세계에서 유일하게 20세기부터 분단돼 반으로 갈린 이 땅에서 아무나 통과할 수 없는 국경의 북쪽. 북한은 우리에게 미지의 세계다.
북한 사람들의 평범한 삶은 우리에게 낯설다. 근사한 식당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저녁의 여유를 즐기고, 해변에서 푸른 바다를 마주하고 앉아 따뜻한 햇볕에 몸을 태우고, 놀이공원이나 볼링장에서 친구들과 웃고 떠드는 북한 사람들의 모습은 어색하다 못해 생경하다.
북한 사람들의 일상과 여가를 세밀하게 관찰하고 기록한 사진이 공개됐다. 세계사진협회(World Photography Organisation)는 19일 홈페이지를 통해 2017 자이스 사진 시상식 수상작 중 하나로 호주 사진작가 파비안 뮤어의 ‘북한 여가의 음영(Shades of leisure in North Korea)’을 소개했다.
뮤어는 ‘시각을 넘어 - 의미 있는 공간(Seeing beyond – Meaningful places)’을 주제로 한 이 시상식에서 세상에 알려진 것과 다른 시각으로 바라본 북한 사람들의 일상을 카메라에 담아 출품했다.
해변에서 촌스럽고 조악한 수영복을 입은 물놀이객 대신 잘 지어진 숙소에서 걸어 나가는 근육질 남성의 실루엣, 배고픔에 지쳐 허겁지겁 음식을 먹는 어린이 대신 수족관과 형형색색의 조명으로 장식된 식당에서 여유 있게 저녁식사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을 촬영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에게 권력을 세습한 김일성 김정일 부자의 사진 아래에 나란히 앉은 어린이 7명의 사진은 ‘슈퍼 세븐(Super 7)’이라는 제목으로 출품했다. 뮤어는 그렇게 우리가 아는 모습과 다른 각도에서 북한 사람들의 일상과 여가를 관찰하고 기록했다.
세계사진협회는 “북한이 일사분란한 군사행진, 1990년대 기근, 지도자에 대한 맹목적 충성으로 언급되지만 아직 보여지지 않았던 면들이 있다. ‘시각을 넘어’를 주제로 북한의 새로운 측면을 묘사했다”고 뮤어의 출품작을 소개했다.
자이스 사진 시상식은 세계 각국에서 유망한 사직작가를 발굴할 목적으로, 카메라 안경 현미경 등의 렌즈를 제작하는 독일 광학회사 칼자이스의 주최로 매년 열리고 있다. 대상은 파로아일랜드 주민들의 삶을 담은 벨기에 사진작가 케빈 파인그네르트에게 돌아갔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