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국 결정한 왕 회장이 숙제를 줬다" 최태원의 광복절 특사 전모

입력 2017-03-19 08:08 수정 2017-03-19 16:28

2015년 8월 14일 광복 70주년을 맞아 특별 사면‧복권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출소했다. 이는 SK가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111억원의 대가성으로 이뤄진 것이라는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의 사면에 대한 입장변화와 김창근 전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의 청탁 등이 근거로 제시됐다.

최 회장은 SK그룹 계열사의 펀드 출자금 수백억원을 빼돌린 혐의 등으로 기소돼 2013년 1월 1심 법원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2014년 2월 대법원에서 징역 4년형이 확정돼 재벌 총수로는 2년 6개월이라는 최장기 복역 기록을 세운뒤 2015년 8월14일 출소했다.

정재계 인사들의 사면은 없다고 강조했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5년 7월13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국민들의 삶에 어려움이 많다며 사면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발언 직후 같은 날 오후 2시 김창근 전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을 만나 최태원 회장의 사면을 청탁했다. 안 전 수석은 대통령 국정과제인 경제살리기나 투자확대 등 대통령 면담 때 발표하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사면 청탁 일주일 뒤인 7월20일 김 전 의장은 안 전 수석을 만나 46조 원의 투자 계획과 청년일자리 확대 방안을 담은 문건을 건넸다. 문건은 박 전 대통령에게 전달된 것으로 추정된다. 7월24일, 김 전 의장은 서울 삼청동 안가에서 박 전 대통령과 독대한다.

8월8일 안 전 수석은 박 전 대통령에게 전화로 지시를 받았다. 박 전 대통령은 이 통화에서 “재계 총수 중 사면을 생각할 수 있는 곳은 SK다. 다만 국민감정이 좋지 않으니 정당성을 확보해 줄 만한 게 뭐가 있는지 SK로부터 받아 검토하라”고 말한다. 

안 전 수석은 김 전 의장에게 이 같은 지시를 전달하고 자료 준비를 지시한다. 다음날 김 전 의장은 안 전 수석에게 “오후 5시~6시쯤이면 준비가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는 문자를 보낸다.

이런 과정을 거쳐 최태원 회장의 사면이 확정된 것으로 추정된다. 사면 소식을 사전에 전달받은 김영태 전 부회장은 8월10일 의정부교도소에 수감돼 있던 최 회장을 만나 “왕 회장이 귀국을 결정했다. 우리 짐도 많아졌다. 숙제를 줬다”고 말했던 것으로 접견록에 기록됐다.

8월13일 김 전 의장은 안 전 수석에게 “하늘같은 은혜 영원히 잊지 않겠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다음날인14일 성경전서를 들고 출소한 최 회장은 “국가경제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짐을 밝혔다.

사면 후 지난해 2월 최 회장과 박 전 대통령은 독대했다. 이 자리에서 박 전 대통령은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111억원과 면세점 사업권 획득 문제,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인수합병 문제, 개인정보 관련법 정비, 빅데이터 관련법 제정 등 SK의 현안 등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독대 후인 지난해 4월 정부는 예정에 없던 추가 승인계획을 발표해 논란이 일었다. 당시 SK는 면세점 재승인 심사에서 탈락해 워커힐 면세점 사업권을 잃은 상태였다.

한편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면세점 특혜와 사면청탁 의혹을 받고 있는 최 회장은 18일 오후 2시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최 회장은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해 13시간30분이 넘는 조사를 받고 오전 3시30분쯤 귀가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