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텐트’는 해체되지만... “본격적인 항해는 이제 시작”

입력 2017-03-18 18:35
광장극장 ‘블랙텐트’ 관계자들이 18일 오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블랙텐트 해체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블랙텐트는 연극인들이 박근혜 정부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항의하며 광화문 광장에 세운 공공 천막극장으로 기존의 공공극장들이 외면해 온 우리 사회의 ‘아픈 이야기’들을 열린 공간에서 담아내며 큰 반향을 이끌어냈다. [사진=뉴시스]

대통령 탄핵 이후 예정대로 해체 수순에 들어갔던 광장극장 ‘블랙텐트’의 운영위원회가 18일 서울 광화문 광장 텐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체를 공식 선언했다.

  이날 오전 이해성 극장장(극단 고래 대표 겸 연출)이 텐트의 깃발을 뽑아내는 것을 시작으로 천으로 만든 현판이 내려왔고, 조명과 집기류 등을 옮긴 뒤 천막을 해체하는 작업이 진행됐다. 

  소위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로 기반을 잃은 연극인과 예술가, 해고노동자, 시민들이 함께 힘을 모아 지난 1월 7일 광화문 광장에 광장극장 블랙텐트 세운 지 2달여 만이다.

  블랙텐트 운영위원 겸 광화문캠핑촌 촌장인 송경동 시인은 이날 “본격적인 항해는 이제 시작”이라고 선언하며 텐트 해체의 새로운 의의를 밝혔고, 함께한 연극인 50여명은 “광장극장이 내세웠던 연극의 공공성과 극장의 공공성, 예술의 공공성은 촛불시민이 열어놓은 새로운 시대에 재정립될 국공립극장에서 구현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극평론가 김소연 블랙텐트 운영위원은 이날 “블랙텐트 해체가 아니라 진정한 의미의 새로운 소망을 위한 시작”이란 말로 이날의 의미를 설명했고, 서울연극협회의 송형종 회장도 기자회견에서 “블랙텐트는 공공극장이 무엇을 해야 할 지 좌표가 됐고, 발언이 됐다”며 그간의 행적을 기렸다.

  ‘박근혜 대통령이 물러날 때까지 공연은 계속됩니다’를 기치로 내건 블랙텐트는 탄핵 선고 전날인 지난 9일까지 페스티벌 ‘봄이 온다’를 진행했고, 탄핵 선고 다음날인 11일엔 야외퍼포먼스 ‘우리가 헌법이다: 헌법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이해성 극장장의 제안으로 시작된 실험적인 임시 공공극장은 기존의 공공극장들이 외면해 온 세월호 희생자들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 해고 노동자, 각종 국가범죄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열린 광장에서 연극으로 담아내면서 그 동안 세간의 화제 속에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구성찬 기자 ichthu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