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 저녁 11시.
이 순간만을 지난 일주일간 얼마나 손꼽아 기다렸던가. 떨리는 손가락, 빨라지는 손놀림.
새로고침을 반복하길 수차례.
그런데 청천벽력같은 일이 벌어졌다.
휴재였다.
‘현질’ 만큼은 하지 않는 게 원칙이었는데, 호기심이 이겼다. 그렇다. 나는 휴재한 웹툰의 다음 화가 궁금한 나머지 돈을 내고 미리보기를 했다.
A씨가 ‘취재대행소 왱’ 카카오톡 옐로페이지를 통해 이런 취재를 의뢰해왔다.
“즐겨보는 웹툰이 휴재했는데 미리보기는 여전히 되네요. 그냥 휴재한단 말없이 미리보기 분량을 풀면 되는 것 아닌가요?"
이런 내 맘 모르고 휴재해 너무해
웹툰 좀 보는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휴재’가 주는 속절없는 허탈함을. 웹툰 산업이 성장하고 작품 수가 늘어난 만큼 휴재도 흔한 일이 됐다.
네이버 일요웹툰 ‘다이스’는 지난달 18일 게재됐어야 할 분량을 한 주 뒤로 미뤘다. 같은 일요웹툰인 ‘컨트롤제트’도 지난달 11일자를 휴재했다. 매주 수요일과 일요일에 연재되는 다음 웹툰 ‘좋아하면 울리는’은 5일자를 끝으로 2주간 휴재에 들어갔다. 레진코믹스의 일요일 웹툰 ‘판도라의 선택’도 지난달 19일 한 달 간의 휴재를 공지한 상태다.
웹툰 작가가 휴재를 선언하면 아쉬움과 함께 A씨가 품은 것과 같은 의문 내지 불만이 남는다. '유료 미리보기로 제공되는 분량을 휴재 기간에 풀면 되는 것 아닌가?' 같은 생각을 하는 독자들이 상당히 많다.
업체마다 휴재와 미리보기에 관한 규정은 조금씩 다르다. 보통 회당 100~400원 수준의 요금을 내면 다음 회차를 미리 볼 수 있다. 이 서비스는 휴재 기간에도 대부분 가능하다.
‘다이스’, ‘컨트롤제트’는 모두 휴재 기간 동안 3회차에 대한 미리보기를 제공했다. ‘판도라의 선택’ 역시 추가로 8회까지 미리보기가 가능하다. 다음 화를 보고 싶다면 기다리거나, 미리보기를 해야 한다는 뜻이다.
휴재와 결제사이
네이버는 작가가 휴재를 원할 경우 원칙적으로는 미리보기용 원고를 풀어 정상적인 연재를 이어간다고 밝혔다. 다만 ‘연재 1주년 기념 재정비’처럼 사전에 논의된 특정 사유로 휴재할 경우엔 내부 가이드라인에 따라 결정한다. 다이스와 컨트롤제트 모두 이 가이드라인을 바탕으로 미리보기 원고 소진 없이 휴재했다.
다음도 비슷하다. 장기간 연재한 뒤 스토리 정리를 위해 휴재할 때는 미리보기 원고를 출고하지 않지만 예상치 못한 사유로 휴재할 때는 미리보기로 대체한다. 예를 들어 미리보기 6회분이 축적돼 있는데 작가가 2주를 쉬었다면, 독자들은 제때 웹툰을 보는 대신 미리보기 분량이 4회로 줄어드는 식이다. 때문에 다음은 작가가 연재를 재개할 때 소진된 원고를 보유분에 맞게 채워둘 것을 권장한다.
다음 관계자는 “대부분 작가가 휴재가 끝난 뒤 추가 작업으로 미리보기 6회를 맞춰놓는다”고 말했다. 미리보기로 발생하는 수익이 작가 수입과도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나 저러나 속상한 애독자 마음
미리보기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독자들을 배려해서 휴재 시 미리보기 원고를 풀면 어떤 문제가 생길까? 유료 미리보기를 즐겨 사용하는 독자들이 섭섭해 지는 점이 문제가 된다.
오히려 무료 독자들보다 더 오랫동안 기다려야 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좋아하면 울리는’이 그런 경우다.
일부 독자들이 미리보기를 풀어달라고 하는 독자들에게 일침을 놓으면서 댓글창 설전이 벌어지기도 한다.
그래서 레진코믹스는 휴재 사유와 무관하게 유료 미리보기 원고를 무료로 전환하지 않는다. 레진코믹스 관계자는 “포털과 달리 별도 광고 수익 없이 웹툰 수익으로만 유지되므로 유료 독자들이 더 오래 기다리는 것은 불공평하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대부분 휴재는 작가의 건강 문제, 일신상의 사유나 창작에 대한 고민 때문에 재충전이 불가피할 경우 이뤄진다. 작가들과 웹툰 서비스 제공 업체들의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다.
네이버 관계자는 “미리보기 원고를 소진해버리면 연재를 재개한 시점에 마감에 대한 작가의 피로도가 더 커질 수 있다”며 “재충전이 필요한 창작자와 작품이 보고픈 독자 마음을 아우를 운영 정책을 마련하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랑이란 대개 기다림이 아니던가.
작가님이 연재를 재개할 그날만을 학수고대하며 복습 정주행 하는 수밖에. 아니면 속 시원히 결제를 해버리자!!!
천년 같은 긴 기다림도 그댈 보는 게 좋아
하루 한 달을 그렇게 일 년을
오지 않을 그댈 알면서 또 하염없이 뒤척이며
기다리다 기다리다 잠들죠
-윤하, <기다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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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민 기자 김민겸 인턴기자 이재민 디자이너 suminis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