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자식 있는데 37살에 군대라뇨…국적회복 후 입대 앞둔 화교 논란

입력 2017-03-18 12:52 수정 2017-03-18 15:08

‘나이 38에 군대 가게 생겼습니다.’


 18일 오전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이런 글이 올라왔다. 공무원의 실수로 계획에 없던 입대를 하게 됐다는 하소연이었다. 글쓴이인 A씨는 21개월 된 아들, 전업주부인 아내를 둔 외벌이 가장으로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상황에서 군대를 가기가 막막하다고 호소했다. 그러나 이 딱한 사정에 비난 여론이 쏟아지고 있다. A씨의 입대 관련 문제에 ‘국적’이 얽혀있기 때문이다.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 캡쳐.

 올해 만으로 37세인 A씨는 대만 국적자인 아버지와 한국인이었다가 대만으로 국적을 변경한 어머니 사이에서 1980년 태어난 대만 국적 화교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부산에서 화교학교를 다니며 유년시절을 보냈고 부산대학교에 외국인 특별전형으로 입학해 학업을 마쳤다고 한다. 그는 한국인 아내와 결혼해 21개월된 아들을 키우고 있다.

 한국 생활을 이어가던 A씨는 2015년 아예 한국으로 귀화를 신청하기로 결심했다. 아이를 키우다 보니 외국인 신분으로 살아가는 것이 여러모로 불편했다고 한다. 부산출입국사무소 국적과에서 귀화 절차를 진행하던 그는 어머니 밑으로 출생신고가 돼 있어 이미 발급받은 주민등록번호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됐다. A씨 출생 당시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던 어머니가 우선 본인 쪽으로 출생신고를 했고 이듬해 결혼을 하면서 대만인 아버지 호적으로 등록하고 한국 국적을 말소했던 거였다.

 담당 공무원은 국적회복 신청이 귀화보다 절차가 간단하다며 국적회복을 권유했다. A씨는 국적회복을 하면 군대에 가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문의했지만 해당사항이 없다는 답변을 들은 뒤 국적회복 절차를 진행했다. A씨 국적은 지난해 12월 30일 회복됐다. 이어 지난달 2일에는 대만 국적 말소도 신청했다.

 그런데 지난 17일 병무청에서 청천벽력 같은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국적이 회복됐으니 입대를 위한 신체검사를 받으라는 내용이었다. A씨는 다시 부산출입국사무소에 연락했지만 돌아온 것은 당시 담당자들은 다 바뀌었으며 입대를 해야한다는 답변이었다. 2015년과 완전히 다른 설명에 당황한 A씨가 항의했지만 직원은 “제대로 알아보지 않은 책임”이라며 오히려 A씨를 탓했다.

 부산출입국사무소 측은 20일 내부 회의를 통해 논의해보겠다고 밝힌 상태다. A씨는 커뮤니티 이용자들에게 “부산출입국사무소에 행정소송을 해야 하느냐”며 법률적인 조언을 구했다.

 네티즌들의 사정을 안타까워하면서도 A씨의 태도를 비판했다. 가수 유승준을 비롯한 여러 연예인들이 ‘이중국적’ 카드를 활용해 군 입대를 피한 데 대한 국민적인 실망이 큰 상황이라서다.  한 네티즌은 “누군가는 님이 대한민국에 살 때 님을 지켜드렸답니다. 이제 대한민국을 지켜주세요”라며 “자식도 배우자도 대한민국 국민”이라고 꼬집었다.

 A씨가 의무복무제를 시행하고 있는 대만에서도 군대를 다녀오지 않은 점도 문제가 됐다. 한 네티즌은 “대만인 남성이라면 대만에서, 한국인이라면 한국 군대를 다녀와야 하는게 당연한데 대만에서 병역의무 다하고 38에 또 한국에서 입대하는 거라면 위로하겠지만 옹호해 줄 수 없다”고 꼬집었다. 
 
 A씨는 군 입대를 피하기 위한 의도적인 귀화는 아니었다고 항변했지만 네티즌들은 대만으로 다시 돌아가거나 정상적으로 입대하는 것이 맞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현행 병역법 71조에 따라 병역판정검사, 재병역판정검사, 확인신체검사, 현역병입영 또는 사회복무요원 소집 의무는 36세부터 면제된다. 다만 A씨의 경우 국적회복허가를 받아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했으므로 예외 조항에 따라 38세부터 면제를 받을 수 있다. 병무청 관계자는 "법에 따라 A씨는 신체검사를 받더라도 현역이 아닌 사회복무요원으로 배치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