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현지시간) 뉴질랜드헤럴드와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4시30분쯤 뉴질랜드 항공보안서비스 소속 폭발물 탐지견인 ‘그리즈(Grizz)’가 업무 도중 갑자기 놀라면서 목줄을 끊고 달아났다. 그리즈는 차량이 통과할 수 있도록 열어둔 게이트를 통해 활주로로 도망쳤다. 동이 트기 전이라 사방이 깜깜한 탓에 공항 직원들은 3시간 동안이나 그리즈를 쫓으면서도 포획하지 못했다. 직원들이 그리즈를 뒤쫓는 동안 국제선과 국내선 16대의 여객기의 이륙이 지연됐다.
뉴질랜드 항공보안서비스 대변인 마크 리차드는 “우리는 음식, 장난감은 물론 다른 개들까지 투입하며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지만 효과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결국 공항 응급작전팀이 실탄으로 그리즈를 사살하면서 상황이 종료됐다.
이 소식이 전해지면서 공항의 대처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개 한 마리를 포획하는데 3시간이 넘게 걸린 것도 모자라 마취총을 쓰지 않고 바로 실탄을 쏜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한 네티즌은 공항 페이스북에 “인간은 항공기를 언제나 연착시키는데 그들도 쏘지 그러냐”는 글을 남겼다. 또 다른 네티즌은 “오클랜드 공항에 팁을 하나 주겠다”면서 “자기 개에게 총을 쏘지 말 것!”이라고 댓글을 달았다. 또 “다음에는 치명적인 무기를 쓰기 전에 ‘안정제’라는 것도 생각해보라”는 글도 있었다. 뉴질랜드헤럴드 독자 여론조사에 따르면 60%가 그리즈는 총살돼지 말았어야 한다고 응답했다.
리처드 대변인은 “공항에도 마취총이 없었고 경찰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에 동물복지단체 세이프(SAFE)의 한스 크릭은 “세 시간이면 오클랜드 동물원에서 지원을 받기에도 충분한 시간”이라며 “마취총이 없었다는 점도 변명은 못 된다”고 꼬집었다.
그리즈는 10개월 난 비어디드 콜리와 저먼 쇼트헤어드 포인터의 잡종으로 지난해 5월 공항 소속이 됐다. 훈련 프로그램은 6개월 전에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