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인 제자들을 성폭행·성추행한 혐의로 구속된 시인 배용제(53)씨가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검사 이정현)는 배씨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상 준강간, 위계에 의한 간음, 강제추행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고 16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배씨는 고양예고 문예창작 실기교사로 재직하던 2011년 7월부터 2013년 11월까지 교내에서 학생들에게 성희롱 등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자신의 작업실에서 제자들 5명에게 강제로 입을 맞추거나 성관계를 맺는 등 성폭행 한 혐의도 받는다.
배씨는 미성년 제자들을 대상으로 “시 세계를 넓히려면 성적인 경험이 있어야 한다” “할수록 익숙해진다. 하는 게 낫다” “나는 너의 가장 예쁜 시절을 갖고 싶다”며 성폭행·추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조사 결과 배씨는 자신의 추천서를 받아야 주요 대회에 나갈 수 있는 등 입시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지위를 이용해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 “너는 내가 과외를 해 주는 것을 당연히 여기는 것 같다. 과외 하는 것을 그만 둬야 겠다”고 겁을 주고 성추행하기도 했다.
배씨의 범행은 학생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폭로하면서 알려졌다. 이에 배씨는 자신의 블로그에 “저에게 피해당한 아이들과 모든 분들께 머리 숙여 속죄와 용서를 구한다”며 “어이없는 일을 ‘합의했다’라는 비겁한 변명으로 자기합리화 하며 위계에 의한 폭력이라는 사실을 자각이나 인식조차 못했다”고 사과문을 게재했다.
1997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나는 날마다 전송된다’로 등단한 배씨는 최근 시집 ‘다정’으로 2016년 올해의 남도 시인상을 수상한 바 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