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CTS 제주기도원정대’, 땅 끝까지 복음을

입력 2017-03-16 21:24
이기풍목사 선교기념관에서 CTS기도원정대 대원들이 뜨겁게 기도하고 있다. CTS기독교TV 제공

'한국의 사도바울', '최초의 한국인 목사이자 선교사'. '제주 선교의 아버지’
이는 1907년 평양장로회신학교 제1회 7명의 졸업생 중 한명으로 한국인 최초로 목사안수를 받고 선교사로써 제주도에 파송된 이기풍(1865~1942) 목사를 지칭하는 수식어 들이다.

이 목사는 평양 출신으로 일찍 사서삼경을 독파한 영특한 아이였으나 술과 싸움으로 평양의 건달이라 불리기도 했다. 

박치기의 명수이며 돌팔매질 또한 잘하였는데 이 실력으로 평양장터에서 노방전도를 하던 마펫 선교사(1864 ~ 1939, 한국명 마포삼열)의 턱을 돌로 가격하여 쓰러지게 한 사건은 유명하다. 
CTS기도원정대 대원들이 금성교회 태종호 담임목사로부터 교회 역사를 듣고 있다

이후 청일전쟁이 발발하여 원산으로 피난하여 살았는데, 스왈른 선교사(1859 ~ 1954, 한국명 소안련)를 보고 옛일에 대한 양심의 가책과 함께 주님의 음성을 듣게 되어 ‘복음의 훼방꾼’이었던 이 목사는 스왈른 선교사로부터 세례를 받는다. 

이후 신학교를 마치고 신앙의 불모지였던 제주도에 1908년 3월 선교사로 파송된다. 

이 목사는 44일 간의 거센 풍랑 속 항해 끝에 제주에 도착했다. 
이기풍목사 선교기념관에서 CTS기도원정대 대원들이 이 목사의 유품을 살펴보고 있다.

무속의 섬으로 육지와 다른 언어, 문화, 환경의 척박했던 탐라는 암흑의 땅이었다. 

이 목사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13년 동안 금성, 삼양, 성읍, 모슬포 등 15개 교회를 설립해 제주선교의 초석을 다졌다. 

일제강점기 시절에 일제의 신사참배에 격렬하게 반대하다 구속 수감되어 무자비한 고문을 당했고, 1942년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게 된다.

제주의 예루살렘을 꿈꾼 한국의 사도바울 이기풍 목사를 만나다

3월이 시작됐지만 여전히 꽃샘추위 때문에 도시에서의 봄은 멀게 만 느껴졌다. 

육지의 3월은 여전히 찬바람이 드세지만, 섬 제주에는 벌써 봄바람이 살랑거리고 있었다. 
이기풍목사 외손주인 신현섭 목사가 이기풍 목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매화, 유채꽃, 벚꽃 등 고운 이들이 질세라 피어나 오는 봄을 마중하고 있었다. 봄꽃이 절정인 제주의 자연 관광지에는 봄 정취를 즐기려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겨우내 움츠린 몸을 달래듯 부드러운 훈풍이 특별한 여행길에 오른 ‘CTS대한민국기도원정대’ 대원들을 따뜻하게 맞이했다.

CTS기독교TV(회장 감경철, 이하 ‘CTS’) ‘2017 제주도 기도원정대’ 100여명의 대원들은 북제주군 조천읍에 자리 잡은 ‘이기풍목사 선교기념관’에 도착했다. 

이 목사의 순교를 기리기 위한 선교기념관은 한라산 중산간 지역 400m 고지에 자리 잡고 있었다. 1만 6백여 평의 대지위해 2천여 평 규모로 지어진 기념관은 천연의 자연이 살아 있는 제주와 조화롭게 잘 어울렸다. 

예배당, 세미나실, 숙박시설, 식당 등의 시설을 함께 갖추고 있었다.

입구에서 만날 수 있는 ‘이기풍목사 선교기념비’에는 “조선예수교장로회의 제주선교사로 마태복음 4장 15~16절 말씀에 사로잡혀 제주가 동양의 예루살렘이 되는 것을 꿈꾸며 1908년부터 1915년까지, 1927년부터 1932년까지 제주선교에 헌신하였다”고 기억하고 있었다. 

제주를 ‘동양의 예루살렘’으로 만들기 위해 죽음을 각오하고 헌신적으로 선교해온 이 목사의 삶의 모습을 대원들은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문서자료실 보관중인 이 목사의 가족사진 과 제주성경. 아내인 윤함애 사모가 막내딸에게 남긴 ‘열심히 교회 봉사를 하라’, ‘제일 무서운 것은 신앙의 교만이다’, ‘5분 이상 예수님을 잊지 마라’ 등 유언의 메모 사료는 깊은 감동을 주었다. 

특히 평양에서 이목사의 돌에 턱을 가격당한 마포삼열 선교사의 회고 글은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평양에서 한 Police가 돌을 던져 나의 턱을 깨뜨렸다. 그러나 그는 지금 제주도에서 하나님의 일꾼 선교사로 일하고 있다.”

CTS기도원정대 대원들은 선교기념관 앞에서 110여 년 전 주님의 음성을 듣고 척박한 제주도 땅에 예수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파한 이 목사의 뜨거운 선교 열정을 생각하며 '한국교회의 부흥과 이 땅의 복음전파''분단된 나라와 민족'을 위해 기도했다. 
이기풍목사 선교기념관에서 CTS기도원정대 대원들.

이번 기도원정대 특별 강사로 초청된 브라이언 박 목사는 “한국전쟁 67주년을 맞아, 분단된 나라와 민족의 현실을 자각하고 한국교회와 성도들이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위해 하나님께 간구하며 새롭게 결단하자”고 간절히 기도했고, 참석자들은 박 목사의 말에 “아멘, 할렐루야”로 답했다.

시국에 대한 기도도 이어졌다. 

'사회의 갈등과 분열' '국가 위기 극복' '동성애 문제와 이슬람 침투'에 대해 한국교회 와 성도들이 지혜롭게 이 어려운 고비를 잘 헤쳐 나갈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진정으로 회개하고 성경과 성령으로 돌아가게 해달라고 뜨겁게 기도했다.

이번 기도원정길에 동행한 이기풍 목사의 외손자인 신현섭 목사(해맑은교회)는 “예수님과 같은 삶을 살아가고자 노력했던 할아버지의 삶은 한마디로 ‘관용의 삶’ 이었다” 면서 “척박한 제주도 땅에 들어와 민초들의 삶의 현장에 들어가 그들의 말을 경청하고, 위로하고, 헤아리면서 용서 와 사랑을 이 불모지에 심었다” 고 회상했다. 

신 목사는 “주님의 뜻을 순종하면서 주님만 바라보고 나아갔던 할아버지는 늘 평안했고 기쁨이 가득했다”면서 “그분의 능력이 특별해서 이 땅에 복음을 전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주님께 순종했던 그 마음 때문이었다. CTS기도원정대 여러분도 신앙의 기본인 바로 이 부분을 회복하는 귀한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기독교 역사와 제주도의 복음화를 위해 순교하신 순교자의 삶을 직접 보기위해 참여하게 되었다는 원옥분 집사(67·온양삼광교회)는 “제주도의 아름다운 길을 걷는 것도 행복한데 숭고한 삶을 살다 순교하신 신앙의 선배들의 순교길 을 걸으며 나도 같은 상황에서 그 길을 갈 수 있을까. 그렇게 살 수 있을까 스스로에 물었다. 솔직히 두렵고 무서운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주님께 순종하며 최선을 다해 살아야 한다는 마음을 주셨고, 하나님의 은혜가 채워져 감동을 느꼈다”고 말했다.

제주 첫 목사이자 순교자인 ‘제주의 스데반 이도종 목사’ 의 순교길을 따라
대원들은 제주 출신 1호 목사인 이도종 목사의 순교 길을 찾아, 금성교회 와 대정교회로 향했다. 

이 목사는 제주도에서 처음 교회를 세운 이기풍 목사의 열정적인 목회활동에 감화를 받아 주님을 영접했다. 이기풍 목사로부터 평양에 가서 공부할 것을 권유받고, 평양 장로회신학교에 입학했다. 

1927년 제주도민 최초로 목사 임직을 받은 후 1929년 제주도에 돌아와 서귀포교회, 중문교회 등 10여 교회를 개척하고 농어촌을 대상으로 활발한 전도활동을 펼치다가 해방 후에는 만주까지 가서 모금을 해와 제주 YMCA 건물 자리에 제주 성경학원을 세웠다.

1948년 4·3 사건 직후인 6월 16일 고산을 출발해 화순교회를 향하던 중 대정에서 빨치산들에게 붙잡혀 생을 마감했다.

척박한 제주 땅에 뿌려진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이 전파된 길을 따라 대원들은 묵상하는 마음으로 이 목사의 흔적이 남아있는 금성교회(태종호 목사)에 도착했다. 

제주도 최초의 자생적 교회이자, 제주출신 첫 목회자 이도종 목사를 배출한 금성교회는 제주시가 지난 2012년 개장한 제주 기독교 순례길 ‘순종의 길’의 출발지에 위치해 있었다.

이곳은 제주의 첫 선교사 이기풍 목사가 1908년 입도하기 전부터 평양 숭실학교 출신 청년 조봉호가 예배를 인도했으며, 모임은 조봉호의 집을 비롯해 이도종 목사의 부친 이덕련의 집에서도 이뤄졌다.

무속의 땅이었던 제주에 복음을 전하기 위해 척박한 땅을 한없이 걸어 다녔을 그의 뜨거운 순교신앙의 흔적은 금성리 곳곳에서 만날 수 있었다. 

특히 제주 토박이 교인 8인이 가정예배를 드렸던 ‘가정 예배처소’ 현장은 참석한 모두의 마음을 숙연하게 만들었다.

교회를 나와 300m를 걸어가니 옛 금성교회 예배당이 남아있었다. 1924년 초가로 교회를 지었고 현재의 건물은 1970년대에 세워진 것인데 아직도 본당 내부에는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니 나를 믿는 자는 죽어도 살겠고’(요 11:25) 구절이 남아있었다.

일순간 대원들 모두 침묵에 휩싸였다. 평신도로서 척박한 땅에서 복음을 받아들이고, 순교자의 길을 가기 위해 목회자의 길을 떠나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 교회를 개척하고 복음을 전했던, 주님 앞에 한없이 순종했던 순교자 이 목사의 모습이 제주의 풍광 너머로 보이는 듯 했다.

“순교자의 길, 나도 가겠습니다!” “나도 한 알의 밀알이 되겠습니다!” 편안하게 신앙생활을 해왔던 스스로를 회개하는 기도소리 와 함께 이 목사의 순교신앙을 이어가겠다는 신앙고백이 쏟아져 나왔다. 

“주님을 닮아가자, 복음을 전하는 일, 다음세대를 세우는 일에 헌신하자”며 대원들의 통성기도 소리가 폭포수처럼 우렁찼고 사막에서 물을 구하는 것만큼 간절히 기도했다.

기도를 마치고 나자, 한 대원이 세월만큼 먼지가 수북하게 쌓인 강대상위에 헌금을 올려놓으며 ‘주여 이 교회를 보존하여 주시옵소서’ 라고 크게 외쳤다. 

이내 대원들의 자발적인 봉헌이 강대상 위를 가득 채웠다. 창을 통해 들어온 석양빛 너머로 주님의 따뜻한 미소가 보이는 듯 했다.

금성교회 태종호 담임목사는 "이도종 목사가 복음을 전했던 그 열매의 씨앗이 제주 땅에 귀한 결실을 만들어 낸 것 같이 CTS기도원정대 대원들도 뜨거운 열정 과 헌신의 마음으로 복음을 전하는 일에 늘 전념하시기를 바란다"고 대원들에게 당부했다.

대원들은 제주도 서귀포시 대정읍에 있는 대정교회(류덕중 목사)로 향했다. 금성교회에서 해안일주로를 따라 서쪽으로 25.5km를 이동했다. 제주도의 특징 중 하나는 길이 잘 닦여져 있다는 점이다. 

어디를 가도 제주 곳곳은 넓고 달리는 길이 시원 명쾌했다. 언제 보아도 가슴 설레는 제주 서귀포의 바다를 끼고 한참 달리다보니 산방산이 눈앞에 보였다. 

이도종 목사의 기념비를 세우기 위해 교인들이 돌을 지고 날랐다는 바로 그 산이었다. 드디어 이도종 목사 유해와 순교기념비가 봉안된 대정교회가 모습을 보였다.

 대정교회는 추사 김정희(1786-1856) 유배지 바로 근처에 있었다.

2003년 예장통합측 제주노회가 기념성역을 조성한 교회 앞 정원 안쪽 이도종 목사 기념비에는 “나라와 민족이 가장 어려웠던 시절, 조선의 독립과 하나님의 나라를 위한 영혼구원을 위해, 민족과 제주교회를 위해 헌신적인 삶을 살다가 신 순교자”라고 기록돼 있었다.

류덕중 목사는 “1948년 6월 4.3사건 이후에 신변의 위험을 무릅쓰고 고산리에거주하면서도, 이곳 대정교회를 오가며 예배드리는 일을 멈추지 않았던 이 목사는 결국 빨치산에 의해 순교하게 되었다. 그의 시신은 대정교회 교인들이 장사 지냈으며 인근 삼방산에서 돌을 가져다 순교기념비를 세웠다”고 순교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대원들은 한국교회에 잘 알려져 있지 않았던 이 목사의 삶과 신앙의 현장을 직접 보면서, ‘종교의 길(道宗)’ 이란 자신의 이름에 걸맞게 제주 전역을 누비다 순교를 당해 제주 복음화에 한 알의 밀알이 된 이 목사의 삶 과 신앙에 큰 감동을 받았다.

이현영 권사(76·대전새로남교회)는 “이땅의 복음화를 위해 순교하신 분들에 대해 더 깊이 알고 싶고, 깨달음을 얻기 위해 이번 기도 원정에 참여하게 되었다”면서 “나를 세우지 않고 낮추는 삶 과 순종하고 순교하는 삶의 모습을 보면서 예수님을 알고 신앙생활 하는 것이 얼마나 기쁘고 행복한 일인가를 알게되었다”고 고백했다.

CTS대한민국기도원정대의 목적은 나라가 어려울 때 함께 모여 기도했던 기독교의 정신을 이어받아 이기풍 목사, 이도정 목사 등 순교자들의 발자취를 따라 대한민국을 위한 기도를 하기 위함이다.


이번 기도원정대는 지난해 6월 독도 와 11월 진행된 ‘CTS독도기도원정대’ 와 ‘CTS순교자의 길’에 이은 세 번째 국토 탐방 기도 행사 이다.

CTS 감경철 회장은 “이번 ‘CTS 2017 제주기도원정대’ 를 통해, 단순히 순례와 관광에 그치는 것이 아닌 한국교회의 변화와 개혁을 위해 함께 기도하고 은혜의 말씀을 나누는 뜨거운 감동의 여정이 되기를 기대한다” 면서 “제주도 성지 순례길을 따라가면서, 제주도의 맛과 멋뿐만 아니라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삶을 되돌아보고, 순교자들의 선교 정신을 더욱 계승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신앙의 대전환을 경험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CTS대한민국기도원정대는 15일과 16일 성안교회와, 제주중문교회에서 ‘CTS특별부흥집회’를 개최하고, 17일까지 이기풍 목사와 이도정 목사의 순교의 길을 따라 주요 성지를 방문할 예정이다. 또한 제주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4·3 평화공원’ 과 ‘평화 박물관’을 둘러보고, 하나님의 창조신비가 물결치는 환상의 섬 제주의 자연 경관 등을 감상한다.

CTS 정용혁 홍보팀장은 “2017년 기도원정대는 대한민국 가장 서쪽에 위치한 최동단 독도를 시작으로 백두산, 여수, 통영 등을 방문하여, 이 땅의 순교자들의 발자취를 따라가고 나라와 민족을 위한 기도회를 계속해서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며 “지자체와 협의하여 아직도 발굴되지 않은 기독교 성지 및 역사를 찾아 국내 성지관광 및 내수 경제 활성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