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오사카 모리토모 학원 국유지 헐값 매입 의혹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를 점점 벼랑 끝으로 몰아가고 있다.
일본 언론들은 16일 가고이케 야스노리(籠池泰典) 모리토모 학원 이사장이 이날 폭로한 ‘아베 총리의 기부금’에 대한 내용을 일제히 보도했다. 이에 일본 야권은 보도 내용이 사실이라면 약속대로 퇴진뿐만 아니라 의원직까지 사퇴해야 한다며 공세 강도를 높였다.
아사히신문 보도에 따르면 가고이케 이사장은 이날 진상 조사를 위해 문제가 된 초등학교 부지를 찾은 참의원 예산위원회 위원장과 간사단을 안내하며 “우리가 이 학원을 만들려한 것은 여러분의 의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중엔 아베 총리의 기부금도 들어있다”면서 “아키에 여사를 통해 100만 엔(약 997만 원)을 받았으며 시기는 2015년 9월”이라고 밝혔다.
뜻밖의 폭로에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은 기자회견을 열어 “아베 총리에게 기부금 문제를 확인했지만, 본인은 물론 아키에 여사나 지역구 사무실 등 제3자를 통해서도 기부한 적이 없다는 해명을 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만일을 위해 아키에 여사가 개인 자격으로 기부했는지 여부를 알아보는 중”이라고 스가 장관은 덧붙였다.
한편 민진당의 야마이 가즈노리(山井和則) 국회 대책위원장 이날 NHK방송에 “오는 23일 중의원·참의원 양원 예산위원회에 가고이케 이사장을 증인으로 소환해 신문하기로 자민당과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날 민진당과 일본 공산당 등 야 4당과 면담한 가고이케 이사장도 “모든 것을 국회에서 말하겠다”고 밝혀 국회의 증인 소환에 응하겠다는 의향을 내비쳤다. 그가 국회에 출석할 경우 추가 폭로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벼랑 끝까지 몰린 아베 총리는 설상가상 사면초가에까지 빠진 모양새다.
자민당과 함께 20년 가까이 일본 연립여당을 지탱해 온 공명당이 오는 7월 도쿄 도의회 선거를 앞두고 아베 총리와 결별 수순에 들어갔다. 심각해진 연정 붕괴 전조에 아베 총리는 16일 자민당 간부들을 긴급 소집했다. 공명당이 연립여당에서 이탈해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 도지사가 이끄는 ‘도민 퍼스트회’와 도의회 선거 공조를 발표한 지 만 하루만이다.
아베는 이날 “공명당 없이 단독으로 승부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총력 대응을 주문했지만, 자민당 내부에선 ‘홀로서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지난해 7월 무소속으로 당선된 고이케 지사가 구청장 선거 등에서 자신이 지원한 후보를 연이어 당선시키며 자민당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고이케 지사는 아베 총리를 5%포인트 차로 바짝 뒤쫓으며 차기 총리에 적합한 인물 2위에 올라선 바 있다.
구성찬 기자 ichthu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