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 표절 문제로 물의를 빚은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박모 교수(국민일보 2월 9일자 참조)가 또다시 표절 논란에 휩싸였다. 국문과 대학원생들은 대자보를 통해 해당 교수의 해명과 당국의 진상 조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70년 역사의 서울대 국문과가 연구 윤리 문제로 유례없는 홍역을 앓고 있다.
16일 한국연구재단 및 서울대 국문과 등에 따르면 박 교수는 2015년 ‘비교한국학’에 쓴 ‘한·중 근대문학 비교의 쟁점: 이육사의 문학적 모색과 루쉰’ 등 3건의 논문에서 추가로 표절 의혹이 제기됐다. 3년 안에 발표된 논문에서 의혹이 나옴에 따라 징계 문제도 탄력을 받게 됐다. 박 교수의 기존 논문 2건이 현재 조사를 받고 있지만 3년 이전 에 게재된 논문은 문제가 드러나도 징계할 수 없다는 ‘3년 징계 시효법’ 때문에 논란이 됐었다.
‘한·중 근대문학 비교의 쟁점’은 185쪽에서 임현치의 ‘노신평전’(실천문학사) 문장을 인용 표시 없이 2차례, 총 12줄에 걸쳐 거의 그대로 옮겼다. 어떤 문장(185쪽)은 각주에 엉뚱한 쪽수를 기재해 실제 책을 참고했는지 의구심을 갖게 했다. 국문학 전공 모 교수는 “주석의 참고 표시는 논의를 자기의 사유로 끌어가면서 이에 필요한 다른 저자의 문장을 맥락에 맞게 부분적으로 인용할 때 쓰는 것이다. 그런데 박 교수의 논문은 루쉰 평전 저자의 문장을 한 페이지에서 거의 그대로 가져다 썼으면서 마치 여러 페이지의 내용을 참조해 자기 생각을 쓴 것처럼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2008년 ‘한국현대문학연구’에 발표한 ‘1930년대 후반 한국근대문학비평에 나타난 묘사론 연구-임화와 김남천의 묘사론을 중심으로’는 조계숙의 2002년 고려대 박사 논문 ‘한국문학비평에 나타난 묘사론 연구’를 4군데 이상 인용 표시 없이 전재하다시피 했다. 예컨대 임화가 당시 대두된 심리묘사 소설에 비판적인 입장을 취한 이유를 분석한 문장(137쪽) 4∼5줄은 조계숙 논문(78쪽) 8줄을 거의 가져왔다. 심지어 필자의 주장이 담긴 결론(158쪽)에도 문장을 끌어다 썼다. 영문 초록도 거의 같은 문장이 10줄에 달한다.
2004년 ‘한국현대문학연구’에 수록된 ‘마음의 생태학을 위한 시론: 게리 스나이더와 정현종을 중심으로’는 최소 3군데(42·43·45쪽)에서 김원중의 ‘교만의 공멸에서 겸손의 상생으로’, 김은성의 ‘게리 스나이더의 초기 작품 읽기-이분법적 사고의 틀을 넘어 새로운 패러다임을 향하여’ 등 두 논문의 일부 문장과 거의 일치 한다.
서울교육대학 이인재 교수는 “표절 여부는 기계적으로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문장 몇 줄이 다른 논문과 중복된다고 하더라도 해당 학문 분야에서 익히 알고 있는 지식이나 개념이라면 표절로 보기 힘들기 때문"이라며 "전문가 집단에서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 국문학과 교수는 “ 박 교수 논문은 자신의 견해는 보이지 않고 직·간접 인용이 지나치게 많은 것 같다”며 “연구 윤리가 정착된 최근까지도 이런 행위가 지속됐다면 큰 문제”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제기된 의혹들은) 인지하지 못한 부분이라 확인해 봐야 한다"면서 "하지만 문제 제기는 공식적인 규정과 절차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국문과 안팎에서는 이처럼 추가 의혹이 나옴에 따라 서울대 연구진실성위원회가 제보 여부를 떠나 박 교수의 표절 문제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현재는 제보가 있어야 원칙적으로 진상 조사에 나선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