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가 세계 최초로 자연 하천에 인간과 같은 법적 위상을 부여했다.
16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뉴질랜드 의회는 북섬 국립공원을 흐르는 황가누이강의 ‘법인격(legal personality)’을 인정하는 법안을 전날 통과시켰다. 법안 통과로 강을 신성시해 온 현지 마오리족의 전통이 보장받게 되면서 1870년대 이후 원주민들이 강과의 특별한 관계를 인정받기 위해 뉴질랜드 정부를 상대로 이어 온 지난한 법적 소송도 일단락됐다.
마오리족 대변인 제러드 앨버트는 “우리는 황가누이강이 불가분의 살아있는 유기체로 북섬 중앙의 산들로부터 바다에 이르기까지 모든 물질적이고 정신적 요소들을 포용하는 것으로 항상 믿어왔다”며 법안 통과를 반겼다.
크리스토퍼 핀레이슨 뉴질랜드 법무장관도 “강에 법인격을 부여하는 접근방식 자체가 독특하다”면서 이번 법안이 강을 둘러싼 전통과 유산을 지켜온 마오리족의 관점에 응답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오리족 공동체와 뉴질랜드 정부 간의 협상은 2009년 공식적으로 개시된 이래 5년간의 교섭 끝에 타결됐고, 지난해 관련 법안이 의회에 제출돼 심의에 들어갔다. 이번 법안 통과로 황가누이강은 권리와 의무, 책임 등 인간과 동등한 법적 지위를 보유하게 됐으며 마오리족 공동체가 임명한 대표자 1명과 정부가 위임한 대리인 1명이 공동으로 강의 법인격을 대변하게 된다.
향후 뉴질랜드 정부는 마오리족 공동체에 8000만 뉴질랜드 달러(약 634억 원) 규모의 보상금을 지급하고, 강과 유역 보존을 위해 추가로 3000만 뉴질랜드 달러(약 238억 원)를 지원할 계획이다.
뉴질랜드에서 세 번째로 긴 황가누이강(길이 290km)은 북섬 중부지역에서 바다까지 흘러가며 항행이 가능한 수로로는 뉴질랜드에서 가장 길어 과거 마오리족이나 초창기 유럽 정착민에게 중요한 수송로였다.
구성찬 기자 ichthu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