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는 눈? 당하면서 배웠다?
'몸캠 피싱'에 속아 돈을 뜯겼던 남성이 자신을 괴롭힌 수법을 그대로 사용해 몸캠 피싱 사기범이 됐다. 여성 행세를 하며 남성 250여명에게 음란 채팅을 유도해 2400만원을 뜯어냈다. 그에게 당한 남성 250여명 중 경찰에 신고한 사람은 단 2명뿐이었다.
김모(24)씨는 2015년 채팅을 하자며 접근해온 여성과의 음란한 대화에 빠져들었다. 요구대로 알몸 사진을 보내줬다. 그러자 여성은 알몸 사진을 지인들에게 유포하겠다며 김씨를 협박했고, 김씨는 돈을 줘 무마했다.
이렇게 당한 것이 억울했던 김씨는 포털 사이트를 뒤져 여성의 SNS 아이디를 찾아냈다. 연락이 닿은 여성에게 그가 요구한 것은 돈을 돌려 달라는 게 아니라 '인증사진'용 여자 사진을 찍어 보내 달라는 거였다.
김씨가 자신을 속였던 여성에게서 신체 일부가 드러난 여자 사진을 확보한 2015년 8월 무렵. 그는 스마트폰 '랜덤채팅' 앱을 이용해 남성들에게 접근하기 시작했다. '온라인 노예를 해준다'는 쪽지를 보내고 반응을 보이는 남성들에게 미리 확보해둔 '인증사진'을 보냈다.
그를 여자라고 믿은 남성들과 음란 채팅을 한 김씨는 자신이 당했던 것처럼 알몸 사진을 요구했다. 알몸 사진을 보내오면 SNS에서 신상을 파악해 "지인들에게 사진을 뿌리겠다"고 협박했다. 지난 9일까지 250여명에게 741차례에 걸쳐 2400만원을 뜯어낸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이 김씨를 체포해 확인한 피해자는 250명이 넘지만, 그중 경찰에 신고한 피의자는 2명에 그쳤고 나머지는 모두 돈으로 김씨를 달래려 했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공갈 혐의로 김씨를 구속했다고 16일 밝혔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