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특별수사본부가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21일 오전 9시30분 서울중앙지검에 출두할 것을 공식 통보했습니다. 특수본이 소환날짜를 박 전 대통령 변호인에게 통보한 시간은 오늘(15일) 오전 9시40분쯤입니다. 박 전 대통령이 파면된 지 5일 만에 이뤄진 통보입니다. 이에 응하면 박 전 대통령은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청사 포토라인에 서게 됩니다. 전직 대통령으로는 노태우 전두환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어 네 번째로 검찰 조사를 받게 되는 것입니다. 불행한 역사가 반복되고 있습니다.
전직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 청사에서 조사 받는 것은 처음입니다. 1995년 11월 노태우, 2009년 4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조사를 받은 곳은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였습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경우 1995년 12월 소환에 불응하고 고향인 경남 합천으로 내려갔다가 사전구속영장을 발부받은 검찰에 강제연행해 안양교도소로 압송된 뒤 거기서 조사를 받았습니다.
# 박근혜 소환 응할까?=박 전 대통령 변호인단의 대변인 격인 손범규 변호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적극 응해 수사에 협조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말대로 된다면 박 전 대통령은 21일 검찰에 출석하겠지요. 그렇게 되면 ‘비선 실세’ 최순실씨가 지난해 조사 받은 서울중앙지검 705호 영상조사실에서 조사를 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최종 결정은 변호인이 아니라 박 전 대통령이 내리는 겁니다. 박 전 대통령은 그간 검찰과 박영수 특별검사팀 조사에 성실히 응하겠다고 공언했음에도 여러 차례 말을 바꿨습니다. 지난해 11월 검찰 1기 특수본의 대면조사 요구를 이런 저런 이유로 거듭 불응했고, 이후 특별검사팀의 대면조사 요구도 회피했습니다. 이번에도 어떤 핑계를 대고 불응할지 모릅니다. 손 변호사의 말에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이라는 조건이 있는 점도 그렇습니다. 바로 출석을 안 하고 미룰 수도 있습니다.
# 불응하면 강제구인?=박 전 대통령이 소환에 불응하면 검찰은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강제구인에 나서야 합니다. 하지만 쉽지 않습니다. 지금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서울 강남구 삼성동 자택 앞에서 연일 시위를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강제조사에 나서다 이들과 물리적 충돌을 빚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박 전 대통령이 자택에서 장외 정치를 위한 진지를 구축해 ‘농성’을 하며 시간끌기 전략을 시도할 수도 있습니다. 이 경우 검찰로서도 무척 곤혹스럽겠지요.
# 구속영장 청구할까?=현재까지 박 전 대통령에게 적용된 혐의는 뇌물수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강요, 공무상 비밀누설 등 13가지입니다. 검찰 1기 특수본이 8가지 혐의,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추가로 5가지 혐의를 적용했습니다. 수사논리로만 보면 구속이 불가피합니다. 뇌물공여자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된 마당에 주범을 불구속하기는 어렵습니다. 박 전 대통령 지시를 받아 범죄를 저지른 청와대·정부 관계자들도 다수 구속돼 있습니다. 게다가 박 전 대통령 본인이 혐의를 부인하고 있어 증거 인멸 우려도 있습니다. 특수본은 구속 여부는 박 전 대통령 대면조사를 마친 뒤 결정한다는 방침입니다.
박정태 선임기자 jt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