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13가지 혐의가 적용된 피의자 신분이다. 뇌물죄까지 들어 있다. 법조계 인사는 “혐의만 보면 구속영장 청구를 망설일 이유가 없는 사건”이라고 했다. ‘뇌물 공여자’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 수감된 상황에서 ‘뇌물 수수자’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는다면 수사의 논리가 엉키게 된다. 하지만 전직 대통령이란 신분, 대선 국면이란 시점 때문에 영장 청구 결정은 말처럼 쉽지 않다.
이 부회장은 구속 후 특검에 소환될 때 수갑을 차고 포승줄에 묶인 모습이 공개됐다. 최고 재벌의 수갑 찬 모습은 모든 언론에 실렸다. 이번 수사가 빚어낼 수 있는 가장 충격적 이미지는 박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사진일 것이다. ‘수갑 찬 박근혜’의 모습이 감성을 자극하는 강도는 ‘포토라인에 선 박근혜’를 압도할 게 분명하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시점은 대선 무대의 한복판일 가능성이 크다. 이 이미지가 어떤 상황을 초래할지, 가늠이 쉽지 않다. 동정론이 일 것인지, 인다면 어떤 강도일지, 거꾸로 박근혜 시대의 종지부로 여겨지게 될지, 그래서 이제 미래를 얘기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질지, TK 정서는 얼마나 출렁일 건지, 적폐청산과 대통합론 사이에서 민심은 어느 쪽으로 기울지….
박 전 대통령 구속영장 청구 여부는 결코 수사팀 차원에서 결정되지 않을 것이다. 검찰 수뇌부가 고심할 테고, 정치적 판단이 작용할 수밖에 없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지난 12일 "박 전 대통령 수사를 미룰 이유가 없다"면서 "구속, 불구속을 말하는 건 수사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적절치 않다"고 했다.
문 전 대표의 말대로 검찰이 즉각적인 수사에 나섰다. 그의 캠프에선 구속 수사와 불구속 기소 중 어떤 선택을 바라고 있을까? 통합을 외치는 안희정 캠프, 안철수 캠프에선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아무도 속내를 드러내지 않겠지만, 그 속은 무척 복잡할 듯하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