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자에게는 도둑마저도 우리 국민”이라는 안희정 충남지사의 발언이 온라인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줄곧 주장해온 대연정 필요성을 강조한 표현이지만 일각에서는 ‘선의’ 발언의 연장선이라는 해석을 낳고 있다.
안희정 지사는 14일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합동토론회에서 이재명 성남시장과 연정 대상을 놓고 신경전을 벌였다. 이 시장은 포용력이 부족하다는 안 지사의 지적에 “이웃집에 숨은 도둑에게 가혹한 것"이라고 반박했고, 안 지사는 "함께 하나가 돼야 한다"며 "도둑도 국민"이라고 응수했다.
포문은 안 지사가 열였다. 그는 이 시장에게 “화끈하고 시원하다. 그건 굉장히 뛰어난 능력이다. 그런데 대통령으로서 큰 지도자가 되려고 한다면 좀 더 모든 국민을 안아주려고 해야 한다”면서 “선거를 통해서 의회가 구성되면 의회와 어떤 형태로든 대화하고 노력해야 한다. (민주당이 집권했을 경우) 여소야대 국회와 함께 좀 더 높은 수준의 협치를 하도록 노력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좀 더 품이 넓고 따뜻한 지도자 됐으면 좋겠다”고 공세를 펼쳤다.
이에 이 시장은 ““분명히 말하면 이웃집과도 잘 지낸다. 이웃집에 숨은 도둑에게 가혹한 것”이라며 “도둑도 힘이 있어서 대개 기득권과 잘 지내는 편인데, 그러면 피해를 입는 서민들, 다수의 약자들은 어떻게 하느냐. 저는 이 사회에서 부패한 기득권자들에 대해 과하다 싶을 정도로 엄격하지만, 저와 생각을 달리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이어 “당연히 포용하고 협치하고 대화해야 한다. 하지만 청산하고자 하는 건 같이 해선 안 된다”며 “이웃집에 숨은 도둑들에 대한 이야기”라고 덧붙였다.
그러자 안 지사는 “지도자에게는 도둑마저도 우리 국민”이라며 “함께 하나가 돼야 한다. 끊임없이 대화하려는 따뜻한 진보의 길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주고받은 ‘이웃집 도둑 이야기’는 네티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SNS와 커뮤니티에는 반응이 쏟아졌다. “도둑을 무조건 용서하자는 건가” “이번엔 수습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과 “맥락을 보면 포용하자는 얘기” “진정성을 읽어야 한다”는 의견이 엇갈렸다.
정지용 기자 jyje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