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으로 지금까지 늘 함께 하여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리고, 대한민국과 헌법재판소를 위하여 늘 기도하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감사합니다.”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55세, 사법연수원16기)의 감사와 신앙고백을 담은 짧은 퇴임사가 박근혜 대통령 파면 당일 보여준 '헤어롤' 못지 않은 감동을 전하고 있다.
이 권한대행은 13일 퇴임식에서 “헌법재판관이라는 자리는 부족한 저에게 참으로 막중하고 무거웠다”며 “고요하고 평화롭기만 해 보이는 그 자리가 실은 폭풍우 치는 바다의 한 가운데 였다”고 고백했다.
이어 “여성재판관에 대해 우리 사회의 소수자와 여성이 기대하는 바도 잘 알고 있었다”며 “어떤 판단이 가장 바르고 좋은 것인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고 밝혔다.
현직 대통령 탄핵에 대한 고뇌도 털어놨다.
이정미 권한대행은 “우리 헌법재판소는 바로 엊그제 참으로 고통스럽고 어려운 결정을 했다”며 “언제나 그랬듯이 이번 결정을 함에 있어서도 헌법과 법률에 따라 공정하게 절차를 진행하면서, 헌법의 정신을 구현해내기 위해 온 힘을 다했다”고 했다.
이어 “우리가 현재 경험하고 있는 통치구조의 위기상황과 사회 갈등은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그리고 인권 보장이라는 헌법의 가치를 공고화하는 과정에서 겪는 진통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사회 갈등 치유를 위한 당부도 남겼다.
이 권한대행은 “이번 진통을 통해 우리 사회가 보다 자유롭고 평등하며 보다 성숙하게 거듭나리라고 확신한다”면서 “이제는 분열과 반목을 떨쳐내고 사랑과 포용으로 서로를 껴안고 화합하고 상생하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