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덕영 칼럼]도전받는 루터의 신학

입력 2017-03-14 10:17 수정 2017-03-14 10:20

며칠 전, 루터교신학교 교수님을 한 분을 만났다. 올해가 종교개혁 500주년이기에 마틴 루터(Martin Luther)의 신앙과 신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교수님은 “루터의 신학은 오직 믿음이며, 오직 성경대로 사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우리 모두가 제사장이라는 만민제사장설을 통해 그의 신학의 일관성을 말씀하셨다.

루터는 천주교 신부이면서도 하나님 중심에서 교황 중심의 종교관으로 옮겨간 천주교 교리를 과감하게 비판했으며, 자신의 목숨을 바쳐 종교권력과 싸웠다.

그때까지 일반 성도들은 성경을 읽을 수 없었기에 모든 하나님 말씀을 신부로부터 들을 수밖에 없었고, 그것이 옳은 말씀인지 그릇된 말씀인지를 알 수도 없었다. 

오히려 말씀을 알고 이를 말하는 사람은 마녀라는 누명을 쓰고 화형을 당했던 암울한 시대였다.

루터는 이러한 암울한 시대를 넘어서고자 노력했던 신부였다고 한다. 성경을 읽지 못하는데 어떻게 하나님의 뜻을 이해할 수 있겠냐고 생각한 인물이었다.

루터는 헬라어 성경을 독일 자국어로 번역하고는 구텐베르크 인쇄소에서 출판해 모든 국민이 성경을 읽을 수 있도록 했다. 성도들에게 하나님의 말씀을 들려주는 위대한 일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행위를 통하여만 구원을 받는다는 당시 가톨릭 교리에 정면으로 대항하고, 구원은 오직 믿음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하나님의 선물을 강조했다고 한다. 

당시로서는 생각하기조차 어려운 일임에도 불구하고 천주교 교황을 상대로 맞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어처구니없는 싸움이라고 생각했으나 결국 하나님은 루터를 도와 종교개혁을 하도록 허락하셨다고 한다. 루터는 만민제사장을 강조하며 우리 모두가 거룩한 제사장이라고 설파했다. 

마구간에서 일하는 대장장이도, 고기를 썰어 파는 백정도 자신의 직업에 충실하고 성실하게 일하면 신부처럼 성직자와도 같다는 것이다. 당시 천주교의 기본 교리였던 사제주의 사상에 정면으로 대항했다고 했다.

이 만민제사장 사상은 영국의 퓨리탄(Puritan)에게 갔고 이 정신이 바로 미국을 건설한 청교도 정신이다. 이 정신으로부터 민주주의가 꽃을 피웠고, 산업혁명을 통한 세계 경제 발전의 중요한 계기가 됐다고 한다.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불량품을 만들지 않고 최고의 생산성을 발휘한다면 이 또한 성직자와 같다는 신학은 미국의 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했다고 한다.

나는 어느 천주교 신자에게 이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가만히 듣고 있던 천주교 신자는 “그러면 의사 면허를 가진 의사에게 찾아가 ‘면허가 없어도 모든 사람이 의사’라고 이야기하면 그의 기분이 어떻겠습니까?” 하고 나에게 물어보았다.

나는 “물론 반대하겠지요.” 하고 답했다. 그러자 “신부가 되기 위해 무척 고생했는데, 신부라는 직위에 자부심을 갖고 있는 신부에게 이 이야기를 하면 기분이 어떨까요?” 하고 반문한다.

“신부가 되면 당사자뿐만 아니라 신부의 부모님까지도 존경을 받을 정도인데, 아마도 모든 신부들은 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고 불쾌한 듯 이야기했다. 이 천주교 신자도 박사 학위를 자랑하는 인텔리다.

그 옆에 있던 어떤 개신교 신자도 말을 거든다. “저는 개신교 목사 부인인데 제 남편이 목사인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명예로 살아가고 있는데 누구나 다 제사장이라고 하면 저도 기분이 좋지 않네요.”라고 했다. 이 분도 미국에서 공부한 박사다.

엘리트 기독교 천주교 신자들의 반응이 이러하니 나는 성경 말씀보다 개인의 명예와 이익을 우선시하는 신앙인들의 말에 회의감이 들었다.

성직자들이 기득권을 버리지 않으면, 루터의 신앙과 신학은 이 땅에서 자리 잡기 힘들 것이다. 성경 말씀을 따라 목숨 걸고 외치던 루터의 신앙고백이 오늘따라 더욱 간절하게 심금을 울리는 것은 왜일까.

하나님의 말씀이 성경대로 가르쳐지고, 우리 성도들은 하나님 말씀대로 세상에 실천해야 한다. “너희 몸을 거룩한 산 제사로 드리라”는 성경 말씀이 생각난다.

우리가 우리 삶 속에서 ‘산 제사’라는 말을 이해하려면, 일반 성도들과 성직자들 모두 청지기 정신으로 돌아가야만 한다. 그래야만 우리 교회가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삶을 살아가는 진정한 성령 공동체가 될 것이다.

교회의 장로, 목회자, 그리고 단순히 교회를 오래 다녔다는 이유로 텃세를 부리는 성도들은 루터의 종교개혁 정신을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하나님 이 땅에 바른 신앙과 신학이, 그리고 실천하는 기독교인이 충만하게 하여 주시옵소서.” 

<한국유나이트문화재단 이사장, 갈렙바이블아카데미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