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흠 변호사/동아대 법무팀장
지난 금요일 헌법재판소에서 진행된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이 재판관 만장일치로 인용결정을 내렸다.
헌법은 대통령이 헌법과 법률의 위법사유가 있을 때 탄핵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헌법재판소는 노무현 탄핵 심판 결정문에서 중대한 법 위반사유의 예로 뇌물죄를 들고 있다(2004헌나1).
이를 반영해 헌법재판소의 결정문은 K스포츠재단과 미르재단 설립과정에서 행해진 대통령의 행위에 초점을 두었다.
그러나 헌법상 현직 대통령에게 보장된 형사불소추특권과 형사소송법이 금지하고 있는 청와대 압수수색 등으로 인해 뇌물죄 성립여부를 명백히 밝힐 수 없었다.
결정문은 이같은 법적 한계 때문에 사실관계를 특검의 공소장, 국정감사의 증언, 최서원, 안종범 등의 재판진행 상황을 기초로 사실관계를 작성했다.
국민에게 알려지지 않은 최서원이 재단설립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두 재단이 최씨의 사익추구의 도구가 된 배경에 대통령의 개입이 없었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로 평가하고 있다.
또 국익을 위한 목적의 설립이었다면 공개적이고 투명한 법적 절차가 선행되었어햐 함에도 이같은 과정은 생략된 것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뇌물죄의 성립여부를 떠나 대통령은 권한을 남용했고, 이는 국민의 신뢰를 저버린 행위이므로 헌법을 수호할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밝힌 것이다.
이와 함께 인사, 정치, 외교 사안에 관한 국가기밀이 담긴 문건을 최씨에게 유출한 것도 권한 남용의 예로 들고 있다.
탄핵인용 결정문의 요점은 공직자가 아닌 최씨가 국정운영에 개입한 것은 대통령의 승인없이 불가능한 일이며, 국민의 동의 없이 행한 대통령의 승인은 권한 남용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한편 결정문 내용가운데 주목을 끄는 대목이 있다.
안창호 재판관의 보충의견은 본 사건의 근원적 문제점을 제왕적 대통령제로 지적했다.
1987년에 개정된 헌법체제 아래의 대한민국의 대통령제는 집중된 권력과 작동하지 않는 견제장치로 운영되고 있다.
경제가 발전하면서 대통령의 권력은 더욱 확장되고, 대통령의 의사결정이 국무위원의 의견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환경에서 대통령의 권한 남용은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
이같은 권력구조에서 대통령 권한남용과 비선조직의 국정개입은 필연적인 결과다.
그러므로 이같은 대통령제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권력을 분산한 이원집정부제, 의원내각제로 권력구조를 바꾸는 것은 그 대안으로 제시했다.
안 재판관이 보충의견에서 밝힌바대로 권력이 국민을 봉사하는 도구가 되지 않고 쟁취의 수단이 될 때 국가권력은 타락할 수밖에 없으며 나아가 부패와 국민분열을 초래하게 된다는 지적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듯하다.
성경은 권력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죽음이 임박한 사무엘 대신 왕을 세워달라는 이스라엘 백성의 거듭된 요청에 하나님께서 그들이 백성을 착취하고 노예로 삼을 것이라며 거절하는 장면은 권력에 대한 불신을 담고 있는 듯하다.
탄핵의 결과를 놓고 태극기와 촛불은 아직도 분열과 대립이 잔존하고 있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가장 절박한 것은 탄핵 인용 결과에 승복하고 새롭게 출발하는 대한민국을 모색하는 길 아니겠는가.
그 새 출발의 첫 시작은 아모스의 말처럼 공법을 물같이 정의를 하수같이 흘러내는 일 일듯하다.
한국교회가 그 일을 하는데 촛불과 태극기가 되길 기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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