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를 동네 마당으로… 서울 한남제일교회의 ‘소통 목회’

입력 2017-03-13 16:57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한남제일교회(오창우 목사)는 주민들과 적극 소통하는 교회다. 이 교회에선 구청장의 구정보고회와 민방위훈련 같은 행사가 일상적으로 열린다. 지역의 호텔 주방장들이 만든 봉사단체도 교회 주방을 빌려 봉사활동을 한다. 용산구의 이웃을 위한 김장행사도 늘 한남제일교회 마당에서 진행된다.

한남제일교회 오창우 목사가 지난 10일 마을공동체 사역을 하는 최준 목사와 함께 교회 교육관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1985년 부임한 오창우 목사는 “교회가 지역사회에서 섬이 돼서는 안 된다”는 생각으로 교회를 소통의 공간으로 만들었다. 

“제가 어릴 때 늘 교회 마당에서 놀았거든요. 한남제일교회에 부임했는데 소란스러운 이태원 분위기와 달리 조용한 주택가 끝자락에 자리해 좀 적막한 느낌이었습니다. 교회는 모름지기 좀 시끌벅적해야 하거든요. 그때부터 교회가 ‘동네 마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한남제일교회는 ‘주민들의 좋은 친구’가 되자는 비전도 갖고 있다. 이를 위해 2014년부터 서울시 마을공동체 사업에 본격 참여했다. 첫 출발은 주민들과 대화를 하는 것이었다.

교회는 지역에 있는 학교 교장과 어린이집 원장, 통장과 동장 등 각계각층의 주민들을 대화모임에 초청했다. 주민들은 이 자리에서 허심탄회한 의견을 내놨다. 이를 통해 보육시설과 청년공동체, 아버지들의 모임 등이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됐다.

주민들과의 대화는 ‘한강과 남산 사잇’이라는 주민모임으로 구체화됐다. 최근 각 구마다 진행하고 있는 ‘이웃 만들기 사업’의 일환으로 ‘한강과 남산 사잇’을 조직한 것이다.

교회가 주축이지만 종교색을 드러내지 않는 이 모임은 보육문제 해결을 위해 공동육아사업을 추진했다. 청소년과 청장년이 참여하는 마을 미디어 사업도 시작했고 ‘아버지 합창단’도 조직했다.

이제는 교회 공간을 제공하는 물리적 소통에서 나아가 주민과 교인, 마을과 교회가 마음을 나누는 화학적 소통을 시도하고 있다. 용산구도 오 목사의 열정을 인정해 ‘용산구 공유위원장’으로 임명했다. 지역주민과 소통하는 데는 오 목사만한 전문가가 없다고 판단한 결과다.

지역에서 최고의 소통 전문가 중 한 명으로 인정받게 된 오 목사는 “교회가 마을의 일원이 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역사회와 소통할 때 ‘교회가 무엇을 해 준다’는 게 아니라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참여한다는 관점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주민들과 만나 대화하고 이해하는 과정을 통해 교회가 더욱 성숙해지고 마을도 발전시킬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글·사진=장창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