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의 서울 삼성동 사저를 채운 전자기기는 대부분 LG전자 제품이었다.
박 전 대통령 측은 청와대 관저 퇴거를 앞둔 지난 12일 텔레비전, 냉장고, 세탁기 등 주요 가전제품을 사저로 주문했다. 가전제품 설치기사들은 박 전 대통령의 입주를 앞두고 청소를 마쳐 텅 빈 사저로 하나둘 들어갔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임기 중 파면된 대통령의 새로운 살림살이는 사저 앞에 몰려든 취재진, 지지자, 이웃 주민의 시선을 사로잡을 수밖에 없었다. 사진기자들은 사저로 들어가는 가전제품의 브랜드를 포착하기 위해 연신 플래시를 터뜨렸다.
카메라에 잡힌 가전제품은 대부분 LG전자 제품이었다. LG 디오스 냉장고, LG 울트라 HD TV 43인치(107㎝) 등이었다. 트럭에 실린 생필품 상자에서 LG 생활건강 제품들도 포착됐다. 이로 인해 “박 전 대통령이 LG 제품을 유독 선호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왔다.
일각에서는 “박 전 대통령이 특검 수사에서 최순실씨의 삼성 뇌물 433억원 수수 혐의와 관련해 공모자로 명시된 점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탄핵에 이른 결정적 계기가 됐던 삼성과의 관계에 대한 부담감을 떨치지 못했기 때문이란 것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타임라인은 “LG가 삼성에 의문의 1승을 거뒀다” “이제 삼성이라면 넌더리가 나지 않겠느냐” “집에서 삼성 로고를 보게 되면 그때마다 자괴감이 들고 괴로울 것”이라는 의견으로 요동쳤다.
박 전 대통령의 생활용품은 13일까지 사저로 배달되고 있다. 이날 오전 사저 현관 앞에 세워진 흰 트럭에선 목재가구들이 내려져 집 안으로 들어갔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