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태의 좌충우돌] 4. 박근혜 퇴거시킨 이정미 퇴임…“분열과 반목을 화합과 상생으로”

입력 2017-03-13 11:24 수정 2017-03-13 15:43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13일 오전 마지막 출근길에 취재진을 향해 "고생하셨습니다"라며 허리 숙여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박근혜 탄핵심판 결정문을 차분하면서도 단호한 목소리로 낭독해 국민적 스타로 떠오른 이정미(55·사법연수원 16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그가 13일 퇴임식을 열고 6년간의 헌재 재판관 임기를 마무리했습니다. 퇴임 행사는 오전 11시 헌재 청사 1층 대강당에서 거행됐습니다.

이 권한대행은 퇴임사에서 “우리 헌재는 바로 엊그제 참으로 고통스럽고 어려운 결정을 했다”며 “헌재는 이번 결정을 함에 있어서도 헌법과 법률에 따라 공정하게 절차를 진행하면서 헌법 정신을 구현해내기 위해 온 힘을 다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우리가 현재 경험하고 있는 통치구조의 위기상황과 사회갈등은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그리고 인권 보장이라는 헌법의 가치를 공고화하는 과정에서 겪는 진통이라고 생각한다”며 “비록 오늘은 이 진통의 아픔이 클지라도, 우리는 헌법과 법치를 통해 더 성숙한 민주국가로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밝혔습니다.

“‘법의 도리는 처음에는 고통이 따르지만 나중에는 오래도록 이롭다’(法之爲道前苦而長利·‘한비자’)는 옛 중국의 고전 한 소절이 주는 지혜는 오늘도 유효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퇴임사 말미에 이렇게 강조했습니다. “우리가 사랑하는 민주주의, 그 요체는 자신의 생각과 다르더라도 다른 사람의 의견을 존중하는 데 있다고 믿습니다. 저는 이번 진통을 통해 우리 사회가 보다 자유롭고 평등하며, 보다 성숙하게 거듭나리라고 확신합니다. 이제는 분열과 반목을 떨쳐내고 사랑과 포용으로 서로를 껴안고 화합하고 상생하길 간절히 바랍니다.”

현 헌재 재판관 8명 가운데 유일한 여성인 그는 지난 1월 말 박한철 헌재 소장 퇴임으로 권한대행을 맡아 역사적인 탄핵심판 심리를 이끌어 왔습니다. 이 권한대행은 2013년 이강국 헌재 소장 퇴임 이후 약 3개월간 권한대행을 맡기도 해 헌재 역사상 처음으로 권한대행을 두 번 맡은 재판관으로 기록되게 됐습니다. 참으로 진기록입니다.

울산 출신으로 마산여고, 고려대 법대를 나온 이 권한대행은 1987년 대전지법 판사로 임관한 이후 사법연수원 교수,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부산고법 부장판사 등을 지냈습니다. 대전고법 부장판사 시절인 2011년 3월 이용훈 대법원장 지명으로 헌재 재판관이 됐습니다. 전효숙 전 헌재 재판관에 이어 여성으로서는 두 번째 재판관이 된 것이죠. 

이번 탄핵심판도 권한대행 자격으로 진두지휘해 8대 0 전원일치 탄핵 인용 결정을 이끌어냈습니다. 그리고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는 역사적인 주문을 낭독했죠. 선고 당일인 10일에는 머리에 꽂은 헤어롤 2개를 깜빡 잊고 미처 떼 내지 못한 채 출근하는 모습이 화제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그런 그가 이제 30년간 봉직했던 공직을 떠났습니다. 잠시 휴지기를 가지겠지만 국민을 위한 아름다운 봉사에 또 나서겠지요.

박정태 선임기자 jt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