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미(55)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6년간의 헌법재판관 임기를 마치고 13일 퇴임한다.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재동 헌재 청사 1층 대강당에서 퇴임식이 열린다. 임기는 자정까지다.
이 대행은 오전 9시20분쯤 경찰 경호를 받으며 헌재 청사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린 뒤 별다른 발언 없이 청사 안으로 직행하던 그동안의 모습과 달리 취재진을 향해 고개를 숙이며 “고생하셨습니다”라고 인사했다.
이 대행은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한 1984년 제26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사법연수원 16기. 1987년 판사로 임용돼 대전지법에서 근무를 시작했고, 2002년 부장판사로 승진했다.
사법연수원 교수,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를 지냈다. 대전고법 부장판사였던 2011년 3월 이용훈 당시 대법원장의 지명을 받아 헌법재판관에 임명됐다. 당시 49세로 사상 첫 40대 재판관, 2003년 노무현 정부 시절 전효숙 전 재판관에 이어 두 번째 여성 재판관이었다.
이 대행은 남편 신혁승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와 1남1녀를 뒀다. 탄핵 심판 과정에서 "남편이 통진당원"이라는 식의 악성 루머가 퍼졌으나 모두 거짓으로 드러났다.
이 대행은 “제왕절개 수술의 위험성을 미리 설명하지 않아 산모가 후유증으로 사망했다면 의사에게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판결 등 사회적 약자의 권리를 보호한 법조인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헌법재판관이 된 뒤에도 역사적인 사건들을 맡았다. 박근혜정부 2년차였던 2014년 12월 통합진보당 정당해산심판 사건의 주심이었다.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금지법, 국회 선진화법 등 주요 사건에서 다수의견을 냈다.
형법 간통죄 위헌법률심판에서는 “간통은 일부일처제에 기초한 혼인의 사회적 제도를 훼손하고 가족공동체의 유지·보호에 파괴적 영향을 미치는 행위”라며 합헌의 소수의견을 냈다. 또 "폐지하더라도 여성이나 가정을 보호하기 위한 방안들이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 대행의 헌법재판관 경력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은 단연 대통령 탄핵심판이었다. 1월 31일 박한철 전 헌재소장의 퇴임으로 권한대행을 맡아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을 이끌었다.
이 대행은 지난 10일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기일에 주문을 차분하게 낭독하며 박 대통령의 파면을 선고했다. 당시 출근하면서 잊은 듯 머리카락에 꽂았던 2개의 ‘헤어롤’은 92일간 헌재가 쏟은 고민의 상징이 됐다.
이 대행은 퇴임식을 마치고 자택으로 돌아가 당분간 휴식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탄핵 후유증에 따른 돌발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경찰의 24시간 근접 경호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헌재는 이 대행의 퇴임 이후 김이수(64) 재판관에게 소장 권한대행을 맡긴 7인 체제로 운영된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