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승복은 없었다... 朴 "진실 밝혀질 것" 억울함 드러내

입력 2017-03-12 20:16
뉴시스

끝내 승복한다는 말은 없었다. 통합을 호소하는 메시지도 없었다. 오히려 “진실은 언젠가 밝혀질 것”이라며 ‘억울함’을 드러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12일 서울 삼성동 사저에 도착한 직후 청와대 대변인을 지냈던 민경욱 의원은 박 전 대통령의 입장을 밝혔다. 

“제게 주어졌던 대통령으로서의 소명을 끝까지 마무리하지 못해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저를 믿고 성원해주신 국민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이 모든 결과에 대해서는 제가 안고 가겠습니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믿고 있습니다.”
이 네 문장은 많은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저를 믿고 성원해주신 국민 여러분’이란 표현은 이 메시지가 국민 가운데 ‘자신을 지지하는 사람들’을 향한 것임을 말해준다.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사과했지만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한 데 대한 사과였을 뿐, 탄핵에 이른 국정 실패를 사과한 것은 아니라고 읽힌다.

‘모든 결과를 안고 가겠다’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는 대목은 헌재의 파면 결정에 승복하지 않고 있음을 드러낸 것이다. ‘진실’과 다른 결정이 내려졌지만 ‘내가 안고 갈 것’이며, 헌재 결정과 다른 진실이 언젠가 밝혀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12일 탄핵 선고 이후 처음 모습을 드러낸 박 전 대통령은 만면에 웃음을 띠고 있었다. 서울 삼성동 사저 앞에 모인 지지자들을 향해서였다.

차량에 탄 채로 청와대를 나설 때 그의 얼굴은 취재진 카메라에 잡히지 않았다. 청와대 생활을 시작한 지 1476일 만에 떠나는 길이었지만 국민을 향해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삼성동 자택으로 돌아가는 길은 헤드라이트를 켠 차량 행렬과 이를 쫓아가는 언론사 오토바이들의 추격전만 중계됐을 뿐이었다. 사저에 도착해 지지자들이 태극기를 흔들며 맞이하자 비로소 차에서 내려 얼굴을 드러냈다. 환한 미소를 지으며 한참 동안 친박 의원 등과 악수를 나눴다.

자택 안으로 모습을 감춘 뒤 민 의원이 거리에서 낭독한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는 청와대를 떠나 집으로 돌아가는 과정과 이처럼 일맥상통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