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국문과 대학원생들, 표절 교수 상대 이례적 대자보

입력 2017-03-12 17:44

거듭된 논문 표절 문제로 물의를 빚고 있는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박모 교수에 대해 이 학과 대학원생들이 대자보를 통해 당국에 진상조사와 함께 징계를 촉구하고 나섰다. 현대문학 전공자인 박 교수의 논문 표절 문제가 언론에 보도됐지만 한 달이 넘도록 대학본부 측에서 대책을 내놓지 않는 등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논문 지도를 받는 대학원생들이 교수의 연구 비리 문제를 거론하며 직접 행동에 나선 것은 극히 이례적이라 파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12일 서울대 등에 따르면 지난 11일 인문대학 국문과 사무실 앞쪽 게시판에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제 1탄’이라는 제목으로 박 교수의 징계를 정식으로 촉구하는 내용의 대자보가 붙었다. ‘서울대 국문과 현대문학 전공 대학원생 일동’ 명의로 된 대자보는 박 교수의 표절 문제가 잇달아 드러났음에도 현행법의 보호를 받는 것은 문제가 있음을 우선 지적했다. 이를 위해 대자보는 박 교수의 사례와 함께 3년 전 게재된 논문은 문제가 드러나도 징계할 수 없다는 ‘3년 징계 시효법’의 맹점을 지적했던 국민일보(2월 9일자 ‘표절 면죄부…3년 징계 시효 논란’) 기사를 대자보에 전재했다.

이어 대자보는 박 교수가 사태를 축소· 은폐해 흐지부지 넘어가려는 의도 아래 학부 강의를 시작했음을 적시한 뒤, 이는 “학과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동료 교수들과 제자들을 기만하는 만행을 벌이고도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식”의 행태라고 힐난했다.

대자보는 특히 “표절 사례가 드러난 2건 뿐일까요? 절대로 그렇지 않습니다”라며 박 교수의 논문 표절 행태가 지속됐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러면서 국문과 교수와 연구진실성위원회의 철저한 진상 조사와 엄정한 처리를 촉구하며 추가 표절 사례에 대한 공개 폭로전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 대자보가 ‘대학원생 일동’ 명의로 된 것에 반대하며 내부 고발을 문제시 삼는 메모지가 함께 붙기도 했다. 서울대 국문과가 박 교수 문제로 심한 홍역을 앓고 있는 것이다. 서울대 국문과에서 현대문학 전공 대학원생은 재학생만 80명 남짓 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대 국문과 A교수는 “학문적 위계질서가 비교적 엄격한 대학원 사회에서 학생이 교수의 표절 행위를 지적하는 것은 자신의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는 쉽지 않은 행위”라고 말했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